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시켰다. 헌법재판소는 모 변호사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 16일 인용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후속 절차를 강행하면 큰 혼란이 초래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행은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퇴임을 열흘 앞둔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로 지명해 논란이 됐다. 본안소송이 남았지만, 대통령 몫 재판관 2명 임명은 차기 대통령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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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을 정지시켰다. 사진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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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권 여부를 둘러싼 논란 등을 겪으며 헌재 구성과 임명 절차에 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헌재의 9인 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무너진다. 2011년 조대현 당시 재판관 후임 인선을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다 무려 14개월간 공석 사태를 빚었다. 2018년엔 재판관 5명이 한꺼번에 퇴임하면서 한달간 공백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17일에는 국회 몫 재판관이 3명 퇴임했으나 국회가 2개월 이상 추천을 미적거렸다. ‘결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법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임명권자가 정략적으로 미루는 상황이 너무 잦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자기 진영 사람을 심으려는 노골적 사법 코드인사의 횡행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지명권자가 없어졌을 때 누가 어디까지 인사권을 행사할 것인가를 놓고 여와 야, 정부와 야당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가 하면, 국회 몫 지명은 여야 합의 관행에 따른다는 모호함 탓에 국회는 국회대로 소모적인 갈등을 벌인다. 최근 벌어진 ‘한덕수’ ‘최상목’ ‘마은혁’ 사태는 이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3·3 비율로 지명권을 행사하는 현 시스템이 겉으로는 행정 입법 사법의 균형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 대법원장 여당 몫을 합해 최대 8명까지 지명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헌재와 동등한 위치인 대법원이 헌재 임명권을 갖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독일은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이 8명씩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 종료 시 후임 임명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한다고 한다. 연방정부와 상·하원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오스트리아는 예비재판관으로 대비한다. 외국 사례가 정답일 수는 없지만, 여기 깔린 전제는 헌재의 안정성과 정치적 중립 담보다. ‘87년 민주화 운동’의 산물인 헌재는 헌법 수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그런 기관이 더 이상 공백으로 방치되거나 편향성을 의심받는 사태가 계속되어선 안 된다. 헌재가 가진, 혹은 헌재를 둘러싼 문제점이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본질적인 개혁 방안을 이제는 논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