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이센테니얼맨(1999년)’은 인간의 일상을 돕는 하인 같은 로봇 ‘앤드루’가 인간이 되길 열망하는 내용이다. 앤드루는 장을 보고 요리와 청소도 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희로애락을 느끼는 로봇 탄생이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영화에서만 보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휴머노이드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사람 형태의 로봇을 뜻한다.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고, 얼굴의 센서를 통해 시각과 청각 등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는 로봇이다.
지난 1월 중국중앙TV의 춘제 갈라쇼 ‘춘완’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작품에 로봇 16대가 인간 무용수 16명과 함께 공연했다. 전통의상을 걸친 로봇과 무용수들은 호흡을 맞춰 중국 북부 지역 전통무용을 선보였다. 특히 로봇들이 손수건 던졌다가 받기 등 어려운 동작을 소화해내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날 출연한 로봇은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만들었다.
중국 베이징시가 지난 19일 세계 첫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대회를 열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로봇 21대가 참가해 인간과 함께 하프코스(21㎞)를 달렸다. 우승은 2시간40분42초를 기록한 ‘텐궁 울트라’가 차지했다. 이 로봇은 신장 180㎝, 체중 55㎏에 달한다. 텐궁 울트라는 시속 8~9㎞의 속도로 달리며 배터리를 3회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과 세금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며 로봇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은 1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는 82억3900만 위안(약 1조 6042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로봇 시장에선 중국이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일할 로봇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 로봇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는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물구나무서기와 비보잉 동작까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 생산 공정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기로 했다. 테슬라가 개발한 옵티머스는 공장용 로봇에 그치지 않고 인간 삶을 도와주는 역할을 목표로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제조업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광범위하게 활용할 날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예산 확대와 정책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