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8장은 지방자치의 초석이다. 제117조와 제118조 2개 조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이야기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제117조 내용이다. 제118조는 이렇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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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분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북을 치는 퍼포먼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지방분권 실현 국민결의대회에서다. 국제신문DB |
그 뿌리인 1948년 제헌 헌법도 제8장에 지방자치를 담았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그 자치에 관한 행정사무와 국가가 위임한 행정사무를 처리하며 재산을 관리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제96조)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각각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 권한과 의원의 선거는 법률로써 정한다.”(제97조)
현행 헌법과 제헌헌법에서 확연히 구별되는 내용은 우선 주민의 복리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를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주민 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를 꼽자면 구체적 기관 설치 의무화로 실행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1991년 지방의원 선거로 지방자치가 30년 만에 부활했다. 또 1995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광역·기초)과 지방의회 의원(광역·기초)을 동시에 뽑는 4대 지방선거는 완전한 민선 자치시대를 다시 열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의 산물이다. 군사정권을 종식한 새 시대는 민주화와 지방분권이란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광복 80주년이자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인 올해 그 두 바퀴가 덜컹거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파면됐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따른 지방소멸은 임계치가 아슬아슬하다. 헌법은 국가 미래상을 제시하고 핵심가치를 요약한 근본 규범이다. 즉, 헌법은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이다. 헌법학자 설명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고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6·3 대통령선거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동시에 ‘87체제’ 극복이자 지방분권시대 견인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추고 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 등 K-트렌드를 뽐낸다지만 속내는 자살률 출생률 노인빈곤율이 세계 밑바닥 수준이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세상에선 지금과는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바로 지방의 다양성 창의성 역동성이다. 제헌 헌법에서부터 이어져온 지방자치 정신에 지방분권 열정을 가미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끄는 엔진이다. 부산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할 둘도 없는 대안이다. 분권 개헌이라고 하니 권력 분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방분권을 더해 이중 분권이라 쓴다. 따지고 보면 ‘87체제’나 ‘이중 분권’이란 용어를 만든 사람이 부산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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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거점이다. 국제신문DB |
지방분권 개헌 논의는 이미 깔끔한 모델이 있다. 헌법 전문과 총강에 자치와 분권 균형발전 등을 명시한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미래상이다. 총강은 헌법 제1~3조로 대한민국 주권 국민 영토를 규정한다. 헌법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 신설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명한다. 지방의 위상을 높이고 자주성 독립성 책임성을 강조하자는 취지다. 보충성의 원칙 명시도 중요하다. 이는 개인과 지방정부, 그리고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해결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당사자가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균형발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2003년 지방분권 개헌을 한 프랑스에선 출산율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 한창이다. 대부분 후보가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고 지방분권 개헌에도 적극적이다. 관건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다. 국회의장까지 나서 개헌론에 불을 지폈으나 “지금은 내란 종식이 우선이다”란 이 전 대표 언급에 휴화산으로 변한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개헌론을 승부수로 던진 전례가 있다. 지금은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맞춰 후보들이 개헌 시기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그 개헌안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내용 가운데 하나가 지방분권 개헌이다.
6·3 대선은 대화와 타협, 그리고 지방의 가치 인정으로 나라 안팎 위기를 돌파하고 정치 증오를 청산하는 계기다. 유권자는 그런 비전과 희망을 주는 정치인을 원한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