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가량 남은 대선 국면에서 ‘부산 공약 논란’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법원 부산 설치, HMM 본사 부산 이전 등을 지역 공약으로 들고나왔다. 이 전 대표의 부산 공약은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선거 때마다 내세운 것으로 부산의 숙원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글로벌허브도시조성 특별법’이나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한 답은 없다. 두 현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수년째 발목이 잡혀 있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이 전 대표 공약을 “진정성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반응이다. 선거를 앞두고 상대 진영 후보 공약을 치켜세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박형준 부산시장의 반응은 아쉽다.
그는 “중차대하고 핵심적인 지역 발전 현안은 수년째 나 몰라라 하면서 이미 태스크포스를 꾸려 추진하고 있는 북극항로 개척 사업이나 부산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나열만 하고 있다” “부산에 대한 무관심과 무신경을 넘어 본질 회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으로선 시 중점 현안이 민주당 반대로 막혀 있으니 감정이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당원이지만, 동시에 부산시정을 맡은 행정 책임자다. 국민의힘의 정권 연장이든, 민주당의 정권 교체든 부산 발전에 민주당 협조는 필수다. 21대와 22대 국회에서 경험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3년간 국회 과반을 점하는 1당 지위는 바뀌지 않는다.
1당 대선 공약 포함이 유력한 사안에 대립 각부터 세우는 것은 부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공약은 결과에 따라 국가 발전 방향성을 결정한다. 이는 부산에도 기회다. 박 시장으로서는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 이전+알파(α)’를 얻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화대혁명 후유증으로 피폐해진 1978년의 중국. 덩샤오핑 중국 국가주석은 젊은 지도자들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뒤 돌아와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라는 말을 남겼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중국 발전의 도화선이 된 발언이다. 이른바 흑묘백묘론. 현재는 실용주의를 상징하거나 경제 발전에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외신에까지 ‘소멸 도시’로 심심찮게 거론되는 지역이 부산이다. 색깔을 가릴 만큼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지금 부산에는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할 때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