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영화 ‘죠스(Jaws)’가 개봉했다. 마을 주민들이 즐겨 찾는 해변에서 연이어 상어 공격 사건이 발생하자 주인공과 주민이 나서서 이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상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 과학자와 전문가가 힘을 모아 상어와 싸움을 벌인다. 상어는 보이지 않는 위험, 불확실성, 그리고 인간의 무력함을 대표하는 존재였다. 많은 관객이 상어가 등장하는 순간 숨 죽이며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
국내 바다에서 상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급속한 수온 상승으로 3년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상어가 40배 넘게 출현하고 있다. 영화가 현실이 된 셈이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이 상어 출현종과 시기를 모니터링한 결과, 동해에서 상어 혼획 건수는 2022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 15건, 2024년에 44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주요 출현종은 청상아리 18건, 악상어 14건, 청새리상어 9건, 귀상어 1건, 백상아리 1건, 무태상어 1건 등이다. 지난 8일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올해 처음 혼획된 청상아리는 길이 약 3m, 무게 229㎏, 15세 전후로 추정되는 대형 상어이자 포악상어류이다.
지난해 수과원 상어 모니터링 결과를 살펴보면 수온이 낮은 3~4월에는 찬물을 좋아하는 악상어가 주로 나타났고, 수온이 상승하는 5~8월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청상아리와 청새리상어가 집중적으로 출몰했다. 지난해 혼획된 상어 가운데 28마리를 해부해 위 내용물을 분석해 봤더니 어류 17종, 두족류 2종이 확인됐다. 특히 황어 민달고기 살오징어 방어류(부시리) 등 난류성 어종 비율이 높았다. 장기간 섭취한 먹이를 확인하기 위해 안정동위원소 분석이 함께 이뤄졌다. 살오징어 참다랑어 대문어 등 순서로 먹이 기여도가 높았다.
기후변화로 지난해 우리 바다의 수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올해도 수온이 상승하는 5~8월 동해안에서 대형 상어가 출몰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어의 위험이 코 앞에 닥쳤다는 이야기다. 수과원은 상어 정밀 연구를 확대한다. 올해부터 한반도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상어 분포 현황과 생태 변화 등에 관한 과학적 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수 등 주변 환경에서 DNA를 추출하는 ‘환경DNA(eDNA) 분석’을 도입해 상어의 분포 현황과 생태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밀 연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상어 연구가 어민 보호에만 머물지 않고 종합적인 기후변화 대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