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연꽃 열매를 먹고 영원히 현실을 잊은 채 환상 속에 머무는 ‘로토파고이(Lotus-eaters)’ 종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로토파고이 종족은 환각을 유발하는 연꽃의 열매를 먹은 탓에 더 이상 고향으로 돌아갈 의지도 현실을 직시할 힘도 잃어버리게 된다.
이 신화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점차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의 마약 유통 현황을 감안하면, 단순한 신화로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나도 무겁고 현실적이다.
이제는 마약 유통이 청소년에게까지도 확대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SNS와 다크웹을 통해 마약을 구입한 사람 중 약 90%가 20~30대였으며, 특히 10대 청소년의 마약 범죄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청소년 마약 사건의 경우 한 중학생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하여 자택에서 흡입했다. 이 사건은 어머니의 신고로 밝혀졌으며, 청소년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실제 필자도 얼마전 고등학생이 SNS를 통해 마약류 성분이 든 젤리를 구입해서 친구들과 복용한 사건을 접했었다. 그 학생은 인터넷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젤리’라는 표현에 호기심이 생겨 마약성분이 든 제품인지 모르고 사서 소지하게 되었고, 결국 마약 소지에 고의가 있는지 여부를 놓고 수사를 받았다.
이처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마약이 평범한 간식이나 사탕처럼 위장돼 유통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10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통제력이나 판단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마약 성분을 암시하는 은어나 속어를 장난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마약 섭취는 청소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최근 경찰청은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함께 부산에서 ‘2025 아태지역 마약법집행회의(R-IDEC)’를 열어 온라인 기반 마약 유통 차단과 국제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일본 호주 등 11개국의 수사기관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경찰청은 DEA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제공조 수사와 정보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마약 사건의 경우 국제 공조가 절실한 이유는 유통이 주로 해외에서 시작, 비대면 거래와 해외 서버를 이용한 익명 거래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판매자를 특정하거나 신속하게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크고, 국내 수사기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제 수사기관 간 긴밀한 협력과 정보 교류가 반드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국제 공조만으로는 청소년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판매는 그 피해의 심각성과 파급력을 고려할 때 절대로 용인될 수 없기에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기술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경찰은 공조체계를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SNS 플랫폼 운영사들과의 협력 및 법적 책임 강화를 통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교와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다. 마약의 위험성과 유혹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예방 프로그램 확대가 절실하다. 판단력과 통제력이 미성숙한 청소년을 위한 더욱 철저하고 세밀한 제도적 보완과 규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청소년 스스로 마약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저항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그리스 신화의 로토파고이가 연꽃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것처럼, 청소년들을 마약의 환각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사회적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미래 세대인 청소년이 마약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