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와 ‘백현동 사건’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야 한다. 유죄 취지이므로 서울고법은 형량만 다시 심리해 선고해야 한다. 이 후보와 민주당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만 결과적으로 후보 자격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대선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참석해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전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의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김문기 관련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면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후보는 외국 출장 기간 김 씨와 골프를 쳤으므로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백현동 용도 변경과 관련,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으로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박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후보는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 의무조항을 적은 패널까지 들고 나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이 후보의 발언은 과장 표현이거나 추상적 의견 표명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이 판단한 것과 같은 취지다. 표현이 허위사실 공표가 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유권자 관점에서 발언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 대법관 중 10명이 이 의견을 냈고,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이 선고될지가 관건이다. 대법원이 사건 접수 34일 만에 선고했으므로 파기환송심도 재판부 의지가 있다면 선거 전 선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 선택권 차원에서 선거 전 판단이 바람직하다. 대선 전 파기환송심이 마무리돼도 이 후보가 형량에 불복해 재상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상고심이 또 열려야 한다. 따라서 대선 전 확정판결은 힘들어 보인다. 그렇지만 유권자 판단에는 큰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이 후보는 선고 후 “제 생각과 전혀 다른 판결이다.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선거로 심판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격앙했다. “오늘 판결은 대법원의 쿠데타이자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식의 승리이고 법치의 복원이라고 평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재판 지연 책임을 지고 즉시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대법원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는 게 도리다. 형량을 두고 다툴 수 있지만 유죄라는 사실은 바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