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4명이 지난 18일 경제 분야를 주제로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 토론을 벌였다. 후보 4명이 2시간 논쟁을 벌이다 보니 국민이 공약을 상세히 알거나 문제점을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각 후보가 저성장 극복,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 등 경제 문제와 관련해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났다.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는 “불경기에는 정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곧바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경을 해 서민·내수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판갈이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역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자율조정할 수 있게 하겠다”며 “저는 포퓰리즘 아닌 실력으로, 돈 풀기가 아닌 교육과 ‘성장성’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성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후보는 성장이 아닌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선 첫 TV 토론 주제가 경제 분야로 정해진 이유는 우리 경제 불황으로 국민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로 경제 지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로 역성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내렸다. 건설업 부진과 대외여건 악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후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빚을 경감해주고 금융 지원을 늘리겠다는 대책뿐이었다. 특히 경제 체질을 개선할 구조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 등 장기 발전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이들은 차세대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육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AI산업은 전력 확보가 전제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력공급 대책을 놓고 김문수 후보는 원전 확대를, 이재명 후보는 원전을 활용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사용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TV토론에서 각 후보는 총론 수준의 공약과 해법만을 제시했고 상대 후보를 저격하는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경제 분야 토론이었으나 친중 논란, 불법 대북 송금 이슈 등을 거론한 것이다. 또한 후보들이 상대 주장을 존중하거나 수용하기는커녕 깎아내리는데 급급했고, 본인 주장만 고집하는 태도를 보여 아쉬움을 줬다. 후보 모두 발표한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과 조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각 후보는 집권 후 실행 의지를 담보할 보다 확실한 방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오는 23일 사회 분야, 27일 정치 분야 TV 토론이 열린다. 후보들은 남은 TV토론에선 주제에 맞는 공약을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쟁점을 제대로 짚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