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 수출액은 2023년 대비 25.8% 증가한 9억9700만 달러로, 2년 연속 1조 원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 김 수출액이 2억8138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간 10억 달러 김 수출’이 연내 달성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이 잘 되다 보니 내수용 마른김의 공급 부족으로 국내 김값이 치솟아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세계 김 시장의 70% 이상을 한국 김이 차지하고 있다. 김은 이제 K-푸드를 세계로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우리 김이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하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김 산업계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7, 8년 전부터 ‘턱도 없는 소리’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김 수출 10억 달러 달성’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김 산업을 뒷받침해 온 해양수산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아울러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풍 또한 우리 김 인기에 단단히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억 달러의 김 수출은 문화산업의 보이지 않는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일궈낸 멋진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양식 김(물김)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1월 한 달에만 약 6000ｔ을 바다에 폐기했다고 한다. 마른김 공급이 달려 물김 생산을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왜 원료를 버려야 했는지 의아했지만, 김 생산구조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김 산업은 물김을 생산하는 양식업, 이를 원료로 마른김을 만드는 1차 가공업, 그리고 마른김을 기반으로 조미김 등을 생산하는 2차 가공업이 각각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 양식업과 가공업 사이의 수급 불균형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일도 마른김 증산을 위해 김 양식어장 면허를 일부 확대했는데 불법 무면허 어장이 함께 늘어난 데다 김 작황까지 좋아 1월의 물김 생산량이 작년보다 25%나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수급 불균형 때문이었다고 한다. 양식장에서 물김은 많이 생산되는데 이를 소화할 마른김 제조공장은 한정되어 있고, 또 물김은 원료 자체가 쉽게 부패해 오래 둘 수도 없으니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정부는 김 산업의 수급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재배 도입, 불법 양식 단속강화, 가공유통시설 확충, 수급 예측관리 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의존하고 있는 김 양식의 특성상 계획대로 생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완벽한 김 수급대책 마련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다. 농수산물은 품종에 따라 특정한 시기에 생산되고, 또 공산품과 달리 자연조건에 따라 생산량 변동도 크다. 따라서 집중생산 시기에 과잉 공급되는 물량을 저장해 두었다가, 수요가 늘어날 때 시장에 내놓는 것이 일반적인 수급 방식이다. 물김도 저장기술이 있으면 양식 작황에 따라 수급조절에 활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마른김을 제조하는 일본은 몇 년 전부터 저품질 황백화 김의 활용 방안과 원료 저장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저장 방법은 물김 자체를 그대로 저장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비교적 간단한 과정을 거치면 원료의 특성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어 국내 도입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물김 저장기술이 확립되면, 마른김 가공 시기에 원료의 일시적인 과잉 생산이나 부족 현상이 발생할 때 수급 불균형 해소는 물론 제조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장된 물김은 마른김 제조 외에 어촌지역 특산품 개발이나 다른 산업적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어 물김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시대에 아직 제대로 된 물김 저장기술이 없다는 사실은 기술 개발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매년 1조 원 이상을 수출하는 김 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원료 저장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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