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유비는 사람 됨됨이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했다. 한 번 쓴 인재는 끝까지 믿었다. 도원결의로 의형제가 된 관우와 장비, 삼고초려한 제갈량이 그렇다. 조운이 조조에게 크게 패했을 때다. 배신했다는 말을 듣자 그의 성품을 알기에 의심하지 말라고 부하들에게 호통쳤다. 조운은 믿음대로 유비의 장남을 안고 돌아왔다. 유비는 전투에서 패배가 많았으나 휘하에 인재가 모였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역시 능력보다 품성을 중요하게 봤다. 인재를 쓸 때 자기보다 전체를 우선하려는 마음이 있는지를 살폈다. 능력은 키우면 된다고 여겼다. 집현전을 설치한 이유다. 인재를 뽑았으면 허물은 공적으로 덮었다. 장점을 발견하고 적합한 위치에 배치했다. 능력을 키워 발휘하게 하는 것이 인사철학이었다. 공자 역시 재능보다는 품성을 택했다. 주공에 못지않은 재능을 지녔으나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나머지는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반해 조조는 능력을 중시했다. 신분이나 인품 등을 따지지 않고 오직 재능만 보고 인재를 선발했다. ‘구현령’(求賢令)을 공포해 인재를 널리 모집했다. 적장은 물론 원수도 포용했다. 한나라 고조 유방도 도덕보다 재능을 우선한 리더다. 원수라도 필요하면 기용하라는 중국 옛말을 충실히 따랐다. 제나라 환공은 적이었던 관중을 재상으로 영입했다. 당나라 태종도 정적이었던 위징을 수하로 삼았다. 그는 위징을 등용하며 “옥은 비록 바탕이 아름답지만 돌 속에 숨어 있어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인이 쪼고 갈지 않으면 돌과 같다. 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만나면 보옥이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 인사는 경청통합수석과 민정수석을 제외하고 마무리 단계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낙마했지만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AI혁신센터장은 능력을 중시한 인재 영입으로 꼽힌다. 그는 인공지능 현장 분야 실력자다. 오 전 수석은 임명 후 도덕성 이슈가 터졌다. 검사장 재직 시절 아내 소유 부동산을 친구 명의로 관리했고, 이를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10억 원대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도 청렴 문제가 걸려 있다. 김 후보자는 11명에게서 1억4000만 원을 빌린 후 오랫동안 갚지 않은 게 비판의 빌미가 됐다. 아들 아이디어가 국회에서 법안으로 발의됐다. 이를 대학 입학 과정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의 중국 칭화대 석사 학위도 편법으로 취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이를 모두 부인하고 해명했지만 명쾌하지는 않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다. 뉴스타파는 이 위원장이 배우자와 함께 아파트 상가 재개발 지역에 투기성 투자를 하고,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를 투기로 모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 인사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아니면 삐걱거릴지 속단하기 이르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동의를 얻으면 장관 인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 인사에서 보이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원칙과 기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에 해당하는 인사는 기용하지 않겠다는 ‘5대 원칙’을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인사 원칙을 밝히지 않았다. 요직에 검사를 대거 기용해 ‘검사 정부’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인사 원칙과 기준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실용과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적은 있다. 지금 벌어지는 인사가 어떤 구체적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나름 사정이 있어 보인다. 문 전 대통령처럼 했다가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 인사에서도 5대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도덕성에 있어 무결점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덕성과 능력을 모두 겸비한 인물을 등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인물은 드물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시 능력을, 평화시에는 청렴함을 중시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위기 상태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능력 위주 인사 원칙이 옳은 판단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첫 국정지지율은 58.6%로 나왔다. 윤석열(52.1%) 박근혜(54.8%) 전 대통령보다 높지만, 문재인(81.6%) 이명박(76.0%) 전 대통령보다는 낮다. 국민이 아직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인사 원칙과 기준을 국민에 공개하는 게 도리다.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궁지에 몰렸을 때 흔들리기 쉽다.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