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며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직접 개입했다. 그러자 이란은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협 봉쇄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지만 이란 의회가 봉쇄를 의결하면서 전 세계 위기감도 커졌다.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국의 중재(?)로 양국이 휴전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약 160㎞, 폭은 좁은 곳이 약 50㎞ 정도다.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큰 지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이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의 약 4분의 1이 이 해협을 관통해 운반되는 셈이다. 액화천연가스(LNG)도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대부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향한다. 특히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이곳의 통항이 위협받았지만 전면 봉쇄로까지 이어진 적은 아직 없다. 2010년대 초반 미국 등 서방의 대이란 제재 때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 이란은 잠수부들이 목표 선박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의 ‘림펫 기뢰’, 부력과 중력을 이용해 수면 바로 아래에 있다 접촉 시 폭발하는 ‘계류 기뢰’,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목표물이 접근하면 부상해 폭발하는 최신식 ‘침저 기뢰’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원 노조는 우리나라 선원들의 안전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하루 수백 명의 선원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물자를 수송한다. 해협을 항해하는 모든 국적 선박이 우회 운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과 이란 대 서방 국가들 간의 대립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평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우리 정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글로벌 해상공급망 대응과 함께 선원들의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