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언이나 상속 관련 법률분쟁이 부쩍 증가했다. 얼마 전엔 아버지가 생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사전증여했던 재산 때문에, 그 자녀들이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막말까지 하는 가족간 분쟁을 겪어야 했다. 물론 가족 간의 상속 분쟁이야 정말 다양한 사정이 있겠지만, 부모의 사후에 자녀들 간에 겪게 되는 인면수심의 싸움은 이제는 그만 반복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이러한 상속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보완책으로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제도가 떠오르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겨 관리하고, 사후에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상속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가입자가 질병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경우에도 사전에 정한 대로 재산이 관리되기 때문에, 사전증여로 인한 분쟁이나, 치매 노인에 대한 자녀의 금융 착취, 혹은 여러가지 상속에 따른 법률 분쟁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이런 유언대용신탁은2024년엔 신규 계약만 2만 3000건을 넘어섰고, 신탁자산 규모는 약 7조 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상속으로 인한 분쟁이 많아지다 보니, 금융기관이 먼저 나서서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제도를 금융상품화하고 적극 홍보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 볼만한 점은 이런 유언대용신탁의 가입자 연령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6070대 고령층이 주된 이용자였으나, 최근에는 4050대 중장년층까지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중산층과 여성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와 금융기관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규제 완화, 세제혜택 제공, 맞춤형 상품 개발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가인 필자가 보기에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우선, 신탁 계약의 법적 안정성과 명확성이 미흡해 오히려 분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필자가 상담한 사례에서도 유언대용신탁 계약의 불명확한 내용과 금융기관의 관리 부실로 인해 상속 분쟁이 악화된 사례가 있다.
또한 유언대용신탁 제도의 복잡성과 금융기관 간 관리 역량 격차 역시 큰 문제다. 일부 금융기관은 수수료가 높고 불투명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으며, 불완전 판매와 미숙한 상품 관리로 소비자 피해 사례도 빈번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을 더 정밀하게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신탁법과 상속법을 개정해 신탁 계약의 법적 안정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의 책임과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관련 분쟁이 발생할 때, 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원 이외의 분쟁 조정이나 해결을 위한 절차적 보완도 필요하다. 또한 금융당국도 유언대용신탁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표준화된 상품 비교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들이 상품을 쉽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위해, 우리 정부는 해외 다른 선진국의 선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일본의 경우, 정부와 금융기관이 협력해 신탁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신탁상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미국은 주 단위로 금융기관의 신탁상품 관리감독이 이루어지며, 상품에 대한 정보 비교와 소비자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역시 금융행위감독청(FCA)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설명의무를 엄격히 관리하고 상품의 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도 최근 금융기관의 설명의무 강화와 가입자 세제혜택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긴 하나, 여전히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유언대용신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유언대용신탁은 단순 금융상품을 넘어 초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법률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적 기반이 안정적으로 마련되어야 국민들이 신뢰하고 안심하며 신탁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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