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 해체가 본격화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6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해체 승인안을 최종의결했다. 1978년 첫 상업운전 시작 이래 47년 만, 2017년 영구정지 결정 이후 8년 만이다.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로, 원전 해체 기술을 축적해 관련 산업을 선점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핵폐기물 영구폐기장 설립 대책은 빠져 후속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연합뉴스

해체 작업은 1조7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2년에 걸쳐 완료된다. 오염 준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 순서로 진행해 2031년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를 반출한다. 이어 2035년 오염구역 해제를 거쳐 2037년 부지를 완전 복원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600기 이상 원전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규모가 500조 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번 해체 승인은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중대한 계기가 된다. 한국이 기술력과 실무 경험을 축적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총 96개의 해체 핵심 기술을 인정받았다. 정부가 고리1호기 가동으로 고통받은 부산·울산을 원전 해체산업 생태계 중심지로 육성해야 하겠다.

고리1호기 해체로 나올 폐기물을 관리·처리할 방안이 분명하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 핵폐기물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임시 저장한 뒤 중간저장시설(2050년) 영구처분시설(2060년)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건식저장시설은 공기로 핵폐기물을 식혀 보관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경수로 원전에 가설돼 있는 습식저장시설(물 속 저장) 수용량 포화가 임박했기 때문에 대안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2060년까지 영구 처분장 건립을 규정하고 있으나 부지 선정 절차는 까마득하다. 핵연료가 아닌 중저준위 원전폐기물 저장소를 확보하는 데도 19년이 걸렸다. 1986년 부지 물색을 시작해 안면도 굴업도 부안 등 세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2005년 가까스로 경주로 정해졌다. 35년의 시간이 남았다고 하나 중저준위 원전폐기물 저장소 사례를 볼 때 영구처리장은 고사하고 중간저장시설 확보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부산·울산이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원전 해체가 시도되는 과정에서 방사능 유출이나 작업자 피폭 등 위험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곧바로 해체하지 않고 10~20년에 걸쳐 방사능 농도를 낮춰 처리하는 ‘지연 해체’를 주장하는 이유다.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이라는 도전이 중요하나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마땅하다. 정부와 한수원은 핵폐기물 처리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을 공개하고 영구폐기장 부지 선정 등을 서둘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