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민생회복지원금의 유탄을 일선 지자체가 맞을 상황이다. 지원금 예산의 상당액을 부담해야해서다. 정부는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52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가 13조2000억 원으로 계획한 민생지원금 예산은 국비 10조3000억 원(78%)과 지방비 2조9000억 원(22%)으로 설계돼 있다. 3조 원가량이 지자체 몫이라는 의미다. 부산의 경우 1인당 평균 25만 원으로 계산할 때 국비 매칭에 무려 1627억 원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단독으로 부담하든 일선 구·군과 분담하든, 지자체 입장에선 추가 용처가 갑자기 생긴 것이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정책 취지는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민생지원금 지급이 소신인 이재명 대통령을 국민 다수가 선택한 이상 지원금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예산이 드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예산 일부를 책임져야 하는 일선 지자체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신속 집행이 제1 목표였더라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좋다고 평가받는 서울시마저 지자체 부담분을 없애달라고 호소할 정도니,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러니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 정부가 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자체 예산은 중앙 정부에서 받은 국비와 자체 세수가 전부다. 세입 상당액을 차지하는 취·등록세는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잘 걷히지 않는다. 예산철만 되면 국비 확보에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세수 결손으로 2~3년 전부터 정부가 지방에 내려 보내는 교부세가 부산시의 경우 1년에 적게는 1000억 원, 많게는 3000억 원씩 줄어드는 추세다. 광역지자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기초지자체 중에는 자체 세수로 공무원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든 곳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재난지원금 예산의 지방비 매칭 때문에 적잖이 문제가 됐었다. 코로나 때에는 행사나 축제 취소 등으로 불용 예산이 조금씩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민생지원금을 주기 위해 지방채 발행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정부의 추경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늦어도 오는 3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벼른다. “추경은 타이밍”이라는 이 대통령의 채근에 절대적으로 반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되는 대목이 돈을 지출할 주체에 대한 배려다. 지자체 곳간 사정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소요 예산의 100%를 전담하든지 지자체 부담분을 최소한으로 줄여줘야 한다. 조만간 시도지사협의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