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성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송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 비대위원(5명) 임명안 등을 의결했다. 새 지도부는 다음달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약 2개월간 당을 관리한다. 조만간 전대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꾸려 전대 일정과 경선 규칙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임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4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국민의힘의 비대위 체제는 3년 새 벌써 7번째다.

국민의힘 송언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퇴임한 김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혁신 노력은 빵점”이라는 혹평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국민의힘은 이미 회생불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그로 인해 탄핵되고 정권까지 잃었는데도 반성이나 쇄신 노력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이 5대 혁신안을 제시할 때만 해도 조금은 개선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나 이 시도는 친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넘어서지 못했다. 신임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은 범친윤계, 그가 선임한 비대위원은 5명 중 절반 이상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다. 새 비대위가 구성하겠다는 혁신위원회의 개혁성에 큰 기대를 못 거는 이유다. 당권에 집착하는 친윤계 일각에선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 해체하라”는 비판조차 아깝다.

국민이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건 그 정당에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견고하게 구축한 일극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등은 야당이지만 야당이 아니다. 국민의힘 107석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의 여당이라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단순히 수적 우위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장직까지 독식했다. 마음만 먹으면 행정부와 손잡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구조다. 민주당의 정책아젠다를 실현할 각종 법안은 물론이고 대법관 증원, 허위사실유포죄 삭제, 형사소송법 개정 등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방탄 입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대응은 보이콧과 항의농성이 고작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의 딱 절반이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조차 민주당 지지세가 국민의힘보다 높다. 국민의힘은 이제 ‘양남당(강남+영남)’도 아니고 ‘TK당’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민 다수가 국민의힘으로는 보수의 정신이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대선에 대패해 불과 3년 만에 정권을 내준 국민의힘이 이제라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남은 수순은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뿐이다. 당장 새 비대위 체제에서 꾸려질 혁신위 마저도 지금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은 한줌 남은 기대조차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