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에 이어 1일 부산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무더위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최근 수년간 무더위가 6월 시작되고 9월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연례화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부산 일 평균 기온이 26.2도에 달해 1904년 4월 관측 이래 역대 6월 중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1일 부산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국제신문DB

부산 폭염경보는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앞서 나온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더위가 평년보다 더 심할 것이고 폭염 일수도 지난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7월 중하순~8월 상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찜통 더위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른 더위로 여름 불청객인 온열 질환자가 전국적으로 벌써 425명을 넘어섰다. 부산에선 온열 질환자가 13명, 사망자가 1명 나왔다. 온열질환은 더위나 햇볕 등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열사병 열탈진 등으로 구분되는 온열질환은 적절한 조치가 늦어지면 심한 경우 사망한다. 노약자나 심장병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은 더욱 위험하다. 특히 농어촌이 많은 경남에선 주로 땡볕에서 농사일을 하다 쓰러져 가족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시민 스스로도 한낮 야외작업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건강 유지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자주 발생하고, 건설업종이 가장 취약하다. 지난해 전국 온열질환 산업재해자는 63명으로 2018년(65명) 이후 가장 많았다. 각 건설사는 물·휴게시설 제공, 그늘막 설치, 작업시간대 조정 등 폭염 예방 대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재난 수준의 폭염은 노년층, 노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겐 더 가혹하다. 부산시가 파악하는 폭염 취약계층은 독거노인 22만여 세대를 비롯해 쪽방 거주자, 중증 장애인 등 모두 27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 상당수는 에어컨이 없거나 설사 있더라도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켤 엄두를 못내고 있다. 부산시는 취약계층 주거지를 사전 점검하고 냉방비 지원, 주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체계 등을 구축해야 하겠다. 이제 일상의 안전과 생계를 위협하는 폭염을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부산시가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취약계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해구호기금 1억 원을 서둘러 투입한 것은 적절하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노숙인과 장애인, 노인복지관 이용자 등의 폭염예방을 위해 기탁금을 사용한다.

여름철이면 폭염을 비롯해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일상화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장기적인 기후 변화 재난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마땅하다. 신설될 기후에너지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