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후 재임기간에 코스피 지수 5000시대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코스피 지수가 3000 안팎이니 앞으로 60% 이상 상승해야 가능하다. 역대 대통령 중에도 당선된 후 코스피 지수를 몇 배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재임기간 중에 국내외 경제악재와 같은 사정이 겹치면서 주가공약이 공염불에 그쳤다. 하지만 ‘주가는 신도 모른다’는 주식시장의 속설이 있으니 이 대통령이 내건 코스피 지수 5000시대를 정치적 수사로만 치부하는 건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코스피 지수는 1980년 1월 4일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액을 지수 100으로 정한 뒤 매일매일 시가총액 변동을 지수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코스피 지수가 200이라면 기준일 대비 시가총액이 두 배 불어났다는 의미이고, 지수가 5000이면 시가총액이 50배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그러면 코스피 지수 5000은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역사적으로 보면 코스피 지수의 역대 최고점은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을 찍고 진정기미를 보였던 2021년 1월11일 장중에 기록한 3208이었다. 하지만 이후 코스피 지수는 일년만인 2023년 1월초 2100선으로 곤두박질쳤다가 거의 2년만인 2025년 6월20일 3000선을 다시 돌파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를 결정하는 유가증권 상장회사는 849개, 시가총액은 2472억 원이었다. 조건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코스피 지수 5000을 넘으면 유가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은 대략 400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사실 코스피 지수 5000과 시가총액 4000조 원은 우리에겐 꿈의 지수지만 세계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단 한 회사의 시가총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5년 6월2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4880조 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장 전체를 두 개나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심지어 글로벌시장에서 초우량 기업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조차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의 10분의 1에 미달하는 400조 원 안팎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JP모건은 한국 코스피 지수의 고점은 3200선 정도로 평가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코스피 5000시대에 도달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경제상황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야 하고, 둘째는 주식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장사에 대한 불신감과 장애요인이 제거되어야 한다. 덧붙이자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주식시장으로 투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만큼 유동성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 전제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한다면 코스피 5000시대에 도달하기까지는 힘든 여정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여러 전제조건 중에서도 경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주도할 신성장 동력의 등장은 코스피 지수 5000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이다. 과거 반세기 동안 한국 주식시장을 이끌어온 엔진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과 같은 전통 중후장대형 제조업이었다. 하지만 이들 산업이 성장한계에 부닥치면서 코스피 지수는 3000선의 깔딱고개에 머물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에도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가 30년 동안 1만 선에서 2만 선 사이를 오가다가 실리콘밸리 열풍으로 테크산업이 폭발하면서 단숨에 4만 선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우리 증시도 새로운 지평을 뚫을 돌파세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AI와 로봇 등이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주식시장의 불신을 완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장사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실적도 없는 깡통 회사를 상장시킨 뒤 주가가 오르면 대주주들이 잽싸게 팔아치우고, 주가조작 세력이 불나방처럼 활개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주주가 교묘하게 이익을 빼돌리는 엉터리 지배구조와 눈감는 당국의 야합도 주식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역적이다.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돈은 부동산이나 안전자산으로 간다. 코스피 5000시대는 우호적 경제환경과 투명한 시장환경이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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