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이 생생하게 깃든 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의 두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며 “선사인이 창의적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세계유산으로서 빛을 보게 된 쾌거다.

13일 울산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어린이 방문객이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관찰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지난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반구천 암각화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가야고분군에 이어 우리나라 17번째 세계유산이 됐다. 1970년 발견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높이 2.7ｍ 너비 10ｍ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신라 법흥왕 시대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남아 있다. 1971년 존재가 드러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다. 높이 4.5ｍ 너비 8ｍ 면적의 바위 면에 바다·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 312점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고래 사냥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암각화는 선인들이 바위에 남긴 치열한 삶의 흔적이자 기록인 셈이다.

세계유산 등재가 된 만큼 정부와 울산시는 ‘반구천 암각화’ 훼손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수위가 53ｍ를 넘으면 암각화가 물에 잠긴다. 반구대는 최근 10년 동안 1년 중 평균 40일간 잠겼다. 그렇다 보니 형상이 뚜렷했던 고래, 호랑이 등 그림들이 물에 침식돼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닳았다. 현재까지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수십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신규 유산 등재를 결정하면서 “사연댐 공사 진척 사항을 보고하고 주요 개발계획은 알려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권고한 이유다. 그동안 암각화 훼손을 막을 방법으로 여러 안이 나왔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현재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수위가 낮아지면 울산시는 하루 4만9000ｔ의 식수원이 부족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체 식수원은 대구·경북 등 인접 지역에서 구해야 하는데, 식수를 주고받는 일은 지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난제다.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두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널리 알려질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반구천 암각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해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문화적 가치에 관해 폭넓게 연구해야 한다. 위대한 문화유산이 안전하게 보존되고 미래 세대에 전달되도록 우리 모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