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자중지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3일 ‘윤희숙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별다른 결론없이 끝냈다. 이날 의총에서 당의 과오 당헌·당규에 명시,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 당원소환제 강화 등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의총 후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윤 위원장이 의총에 불참하면서 혁신안과 함께 필요한 사유를 듣지 못해 토론이 이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을 언론 보도로 접한 윤 위원장이 즉각 반발했다. 결국 윤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의총이 다시 열렸으나 빈손이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과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2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다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반성과 쇄신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과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다. 윤 위원장은 전날 “당이 혁신위 안을 적극 수렴할 움직임이 없다. 혁신안을 고사시키는 경로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은 애초 20일에서 하루 연기됐다가 폭우 피해를 이유로 취소됐다가 열린 것이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힘을 빼려 의총을 미뤘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두 차례 열린 의총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 기류만 확인된 셈이다. 윤 혁신위원장이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한 것도 당내 반발을 사고 있다. 오죽했으면 윤 위원장이 은어 ‘다구리(몰매)’라며 당 지도부 반대를 표현했을까 싶다. 안철수 혁신위가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된 데 이어 윤 혁신위도 같은 수순을 걷는 모양새다. 쇄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으면 도대체 왜 혁신위를 구성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입으론 혁신을 외치면서 뒤로는 기득권 사수에만 매몰된 국민의힘은 파국의 길로 향하는 셈이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입당을 둘러싼 입씨름도 볼썽사납다. 당권 주자들이 ‘친길(친전한길)’과 ‘반길(반전한길)’로 갈려 서로 헐뜯기 바쁘다. 전 씨는 다음 달 22일 열리는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수만 명을 입당시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가 새 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극우 주장에 휘둘리다 보면 계엄과 탄핵사태에 대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장동혁 의원이 이날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탄핵 찬반 주자 간 대립 구도로 비춰지는 것도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이 제대로 혁신해야 건강한 국정 견제 세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주도권 다툼에만 골몰하다 보니 전통적 텃밭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다. 국민의힘이 자체 혁신을 통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쪼그라든다.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27.4%로 민주당과의 격차가 23.4%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혁신이라는 대의를 거스른다면 국민의힘에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