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스가(MASGA)’라는 수십조 원대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미국에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25%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나흘 앞두고서다. 마스가는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조선업(Shipbuilding)의 합성어.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와 포괄적 금융 패키지가 담겼다. 조선업 재건을 원하는 미국과의 협상에 우리 강점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취지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우리보다 앞서 관세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은 상호관세를 15%로 내리기 위해 대미 투자 5500억 달러(761조 원)를 약속했다. EU는 1038조 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군사장비 구매와 대미 추가 투자 6000억 달러(830조 원) 카드로 상호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췄다. 일·EU모두 우리가 준비한 ‘1000억 달러+α’보다 최소 5배 많이 퍼주면서 백기투항한 셈이다. 미국의 주요 통상국 중 막바지에 몰린 우리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선 벌써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손목을 비틀어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 반면 세계는 근심이 깊다. 미국의 자동차 품목관세(25%) 영향으로 현대·기아차 올해 2분기 영업이익 감소분이 1조6000억 원에 달했다. 품목관세가 50%인 철강은 상반기 수출이 작년보다 5.9% 줄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2.4% 급등을 기대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0%대 저성장 고착화를 우려한다.
관세전쟁은 스티브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쓴 리포트(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를 통해 예고됐다. 마이런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 인상과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역설하는 강경파다. 미국 국채를 만기 100년짜리 무이자 채권으로 바꾸자는 ‘날강도’ 같은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12·3계엄 혼란을 수습하느라 미국발 ‘다가올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오는 31일까지 ‘벼랑 끝 담판’이 타결돼도 일·EU보다 불리한 조건이라면 경제에 큰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회복 불가능한 GDP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가장 두려운 대목은 ‘현대판 조공’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폭주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통 고민이다. 미국도 손해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을 친구로만 볼 수 없다는 의심이 경험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는 이걸 알까.
이노성 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