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잎물김치는 여름 별미다. 맛깔스러운 신맛과 청양고추 알싸한 맛이 감도는 국물, 묘하게 씹히는 맛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콩잎 질감이 일품이다. 된장찌개와 환상 궁합이다. 콩잎으로 무슨 김치를, 하는 사람이 있겠다. 그러나 콩잎물김치 소리를 듣자마자 입에 침이 고이는 걸 느끼는 사람이 많다. 십중팔구 경상도 사람이다. 소울푸드라고 고백한다면 100% 경상도 사람이다. 양파김치 고구마줄기김치가 호남 별미로 여겨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콩잎은 한 가지에 3개씩 난다. 어른 손바닥 크기 만큼 자란 이걸 요즘 솎아 내야 한다. 잎으로 갈 양분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데로 돌리는 강제 조정이다. 시퍼렇고 무성한 콩잎을 솎아 내면 흡사 들짐승이 뜯어먹은 듯 여러 가지를 단 줄기만 앙상하다. 자세히 보면 하얀 꽃망울이 앙증맞다. 콩잎 솎기 작업을 여름내 서너번 한다. 콩이 그냥 열리는 게 아니다. 솎은 콩잎 가운데 억센 것은 버리고 연한 것만 모아 콩잎물김치를 담근다. 솎아 내는 작업 횟수만큼 담글 수 있다.
콩잎물김치 담그기는 손맛이 좌우한다. 깨끗하게 씻은 콩잎과 양파 청양고추 마늘 등 재료가 간단하다. 찹쌀풀이나 밥풀물에 소금이나 젓갈로 간을 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숙성시킨 콩잎물김치에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손맛이 담겼다. 된장찌개와 함께 먹어야 제맛인 이유를 먹어본 사람은 다 안다. 묽은 된장찌개가 아니라 되직한 된장찌개가 더 어울린다. 콩잎 2~3장을 손바닥에 깔고 밥을 한 숟가락 놓은 뒤 된장찌개를 얹으면 콩잎물김치 된장찌개 쌈이다. 최고의 식물성 단백질인 콩 음식 조합이다.
이 콩잎을 된장독에 넣어두면 된장콩잎장아찌가 되고, 가을철 노랗게 물든 뒤 젓갈 양념으로 맛을 내면 단풍콩잎장아찌가 된다. 그 경이로운 변주 속엔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에 더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견딘 수고로움이 오롯하다. 오죽하면 ‘콩팥 매는 아낙네야~’란 유행가가 생겼겠나. 한여름 땡볕 속 콩 농사가 그처럼 힘겨웠다.
지난 주말 난생처음 콩잎 솎아내는 작업을 했다. 처음엔 뭘 어떻게 할지 서툴기 짝이 없었으나 금세 느낌이 왔다. ‘아 이건 너무 억세고, 요건 먹을 수 있겠구나!’ 잎을 내주고 열매를 맺어 된장으로, 간장으로, 고추장으로, 아낌없이 주는 콩이다. 그동안은 콩 모종을 심을 줄만 알았지 식구들 입에 들어갈 식재료를 하나하나 건사한 그 알뜰한 정엔 무심했다. 아낌없이 주는 정이다. 콩잎물김치의 미덕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