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빌딩 숲 너머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의 피서객들을 불러 모은 부산의 바다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선’이 존재한다. 주요 항구의 출입항로를 비롯해 영해선, 배타적 경제수역(이하 EEZ), 그리고 한일어업협정선까지. 이는 마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도로의 차선처럼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엄격히 보호되고 지켜지는 중요한 해상 경계선들이다.
최근 들어 해양 영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바다의 경제·전략적 중요성 또한 점점 커짐에 따라 EEZ의 의미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EEZ는 기존 12해리의 영해보다 확장된 200해리 범위 내에서 연안국이 해양 자원에 대해 독점적 이용 및 관리 권한을 가지는 해역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9월 10일 ‘배타적 경제수역법’을 공포하고, 약 33만 ㎢에 달하는 해역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은 2011년부터 매년 9월 10일을 ‘해양경찰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해양경찰 창설일(12월 23일)이나 경찰의 날(10월 21일)이 아닌 EEZ법 시행일을 기념일로 삼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해양경찰의 날’을 단순한 조직 내부의 기념일로 한정하지 않고, 해양의 가치와 국제 해양질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며 해양주권 수호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 국제 해양질서 속에서 해양주권 수호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 바로 해양경찰이다. 그중에서도 부산해경이 위치한 부산은 대한민국 최대의 국제무역항이자, 동북아 해양교통의 핵심 거점 도시이다. 또한 1953년 해양경찰이 최초로 창설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부산해경은 24시간 깨어 있는 해양치안 조직으로서, 국내외 선박이 밀집한 항만과 해역을 중심으로 해양사고 구조, 불법 조업 단속, 해양오염 대응, 국제범죄 차단 등 고도의 해양치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부산과 일본 사이의 대한해협에서는 우리 어선이 조업 중 EEZ 경계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 타국에 의해 나포되는 사례를 방지하며 자국민 보호와 안전한 조업 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부산해경은 이밖에도 최근 1년간 500건이 넘는 신고를 접수해 선박사고 214척 중 화재로 전소된 1척을 제외한 모든 선박에 대해 구조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해양오염 61건, 마약사범 37건 등을 단속하며 해양환경 보호 및 해상 치안 확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기상이 급변하는 부산 앞바다의 특성을 고려해 상황별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골든타임’ 내 구조가 가능하도록 현장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해양경찰은 바다를 단지 산업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공공의 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찾아가는 연안 안전 교육, 민관 합동 구조 훈련, 연안 정화 활동 등을 통해 국민 참여형 해양안전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이처럼 해양경찰은 해양주권 수호와 국민 생명 보호, 지속 가능한 해양환경 조성에 앞장서는 종합 해양안전 수호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해양경찰은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우리 바다의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수문장으로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해양경찰관에게 제복을 허락한 국민의 신뢰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자, 해양경찰의 존재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