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세계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해운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해운 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까지 실질 ‘넷제로(Net zero)’로 감축한다는 ‘IMO 전략 2023’을 채택했으며, 유럽연합(EU)은 ‘EU ETS(배출권거래제)’를 해운 부분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국제 규제에 대응해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녹색항로’ 프로젝트를 통해 저탄소·무탄소 선박의 우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IMO는 약 45년 만에 ‘핵추진 상선 안전규범’ 개정 논의에 본격 착수하며 원자력 기반 선박의 국제 표준화 작업을 공식화했다. 특히, 선박용 소형모듈원전(SMR)은 해운 분야의 탈탄소화와 극지항로 선점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과 유럽까지의 항로 단축이라는 경제적 이점에 힘입어 러시아는 쇄빙선 선단을 앞세워 북극항로 장악에 나섰고, 일본과 중국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혹한의 기상 조건과 긴 항로, 환경규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은 SMR 탑재 쇄빙선이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부산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부응할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 세계 7위권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은 철도·공항(가덕도신공항 예정)·항만이 결합된 ‘Three-Por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SMR 보조기기 제작 지원센터가 구축 중이고 인접한 창원에는 SMR 로봇 제작센터도 조성되고 있다. 특히, Saltfoss Energy(옛 Seaborg Technologies)는 삼성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차세대 원자로 중 CMSR(소형 용융염원자로) 기반의 부유식 원자로를 200MWe(메가와트일렉트릭) 규모로 공동개발 중에 있다. 부산은 이러한 SMR 선박의 설계-제작-실증의 전주기 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선박용 SMR은 단순한 차세대 동력원이 아니다. 그것은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먼저 탄소중립 녹색항로 운영에 적합한 무탄소 기술로 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다. 또 북극항로 운항을 위한 유일한 실현 가능한 설루션이다. 무엇보다 조선 기계 원자력 해운 물류 등 다양한 산업의 융합을 유도하고 수천 개의 신규 일자리와 수출 기반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부산은 이미 대학을 통해 원자력·조선·해양융합 인재 양성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실증센터 유치와 함께 SMR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연계하면 글로벌 해양 SMR 플랫폼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가 주저한다면 일본 중국은 조선 기술, 미국·러시아는 원자력 기술을 앞세워 해양 SMR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 조직 이전이 아닌, 해양 정책의 실질 중심이 부산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다. SMR 중심 해양에너지 정책을 선도적으로 마련하고 실증을 추진해야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해양 강국, 부산은 세계적인 해양에너지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