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인 유명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10일(현지시간) 유타 밸리 대학 연설 도중 총격에 숨졌다. 지난 대선에서 청년층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는 정치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테러는 부도덕한 국가 권력에 저항해 행해지거나 사상과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 간에 벌어진다. 테러는 사람들의 삶과 꿈을 파괴하고 공포를 심화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상의 언어 테러는 간혹 있으나 신체적 테러는 드문 편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테러 위협이 잇따르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나 학교 등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진다.

실존하는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 명의로 협박 팩스나 이메일을 학교로 보내는 사례도 잦다. 2023년 8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달까지 총 51건이 접수됐다. 지난 8일 부산의 중학교 5곳에 폭발물 테러를 예고하는 팩스가 도착했다. 일본어로 ‘휘발유를 사용한 폭탄’ 등 폭발물 테러를 예고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부산 동구와 남구 고등학교에 같은 내용의 팩스가 전달됐다. 해당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소동이 일어났다. 경찰 수색 결과, 허위 협박이었다.

폭발물을 설치했거나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허위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건수는 2022년 4235건에서 지난해 5432건으로 28.3%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 말 현재 2933건에 달한다.

협박 신고로 경찰력이 투입될 때마다 한 번에 최소 수백만 원의 혈세가 든다. 정부는 2023년 허위 협박범들에게 3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1200만 원에서 437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는 폭발물 등 수색에 투입된 경찰의 시간 외 수당과 유류비 등을 합산한 것이다. 출동 경찰 1명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평균 6만1600원꼴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일본 변호사 명의 협박 사건을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자 일본 경찰청에 공조수사 출장단을 파견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협박을 처벌하기 위해 올 3월 ‘공중협박죄’가 신설됐다. 지난달 첫 판결 결과, 벌금 600만 원 선고에 그쳐 논란이 일었다. 허위 협박 일상화로 사회적 긴장감이 낮아지면 실제 테러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하고 홍보와 교육을 통해 허위 신고의 심각성을 알려야 할 때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