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대통령이란 ‘당대에 요구되는 개혁 의제’를 제도화하는 데 성공한 사람을 말한다. 꼭 필요함에도 기득권의 반대와 오랜 관성으로 개혁이 계속 미뤄진 과제, 기존 제도 중 효과와 효율이 낮아 조속한 개혁이 요구되는 과제, 인구 위기 대응과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지속가능성 제고 개혁 과제가 그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과 중화학 공업 성장 전략, 노태우 정부의 전국민의료보험 및 국민연금 실시 등의 복지정책과 북방외교,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과 과거청산, 김대중 정부의 지식정보화 인프라 확충과 국민건강보험 창설 및 의약분업 실시,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입법 등을 들 수 있겠다.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는 시대적 여건이 우리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사활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탁드리건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가 해야 했음에도 하지 못했던 구조적 개혁 과제에 도전해 성장과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을 열어 주시길 바란다. 그렇게 하려면 ‘무차별적 현금 지급’ 같은 낡은 이념 및 정책과 결별해야 한다. 유능한 것으로 평가와 인정을 받은 역대 정부의 개혁 성공 사례에서 지혜를 얻고, 낡고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기존 여야·좌우의 모든 노선·정책과 과감하게 결별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을 선택해 주시길 기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노인인구 비율 7% 이상을 뜻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24년 만의 일이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프랑스는 154년이 걸렸고, 미국은 94년, 독일 77년, 가파른 고령화로 유명한 일본은 36년 걸렸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프랑스의 위기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2024년 재정 적자가 GDP의 5.8%였다(유럽연합 목표치는 3%). 문제는 이것이 20년 넘게 계속되었고, 장차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국가 부채는 2007년 GDP의 77.3%에서 2024년 116.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독일이 66.4%에서 63.3%로, 덴마크가 36.7%에서 36.1%로, 스웨덴이 47.9%에서 45.6%로 변화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프랑스의 큰 복지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만 옳다. 프랑스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2007년 28.3%에서 2024년 30.6%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독일은 24%에서 27.9%로, 덴마크는 25.8%에서 26.4%로, 스웨덴은 25.9%에서 26.1%로 늘었다. 프랑스의 복지가 크긴 하지만, 규모와 증가 추세에서 그리 큰 차이는 없다. 진짜 문제는 복지가 경제성장을 돕지 않거나 저해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복지가 과도하게 현금 지급 중심으로 짜여 있고, 복지 안전망이 노동 유연성과 연계된 북유럽과 달리 노동 경직성과 짝을 이뤄 경제와 산업의 역동성을 해쳤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매년 GDP의 1, 2% 수준으로 재정 적자를 보이다가 2020년 이후 5% 내외의 적자를 냈고, 국가채무비율이 2007년 GDP의 25.4%에서 2024년 46%로 증가했다. 복지지출은 2007년 GDP의 6.3%에서 2024년 15.3%(OECD 평균 21.2%)로 늘었다.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우리나라(20.3%)와 비슷한 프랑스(21.5%)는 복지지출 비중이 우리의 2배다. 우리나라도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첫째, 노동의 유연성과 결합한 안전망 복지의 강화로 역동적 경제성장을 가능케 해야 한다. 둘째, 생애주기별로 건강·돌봄·요양·교육·훈련 등 사람을 돌보고 능력을 키우는 양질의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복지를 확충하는 게 옳다. 셋째, 현금 지급은 무차별적 획일주의가 아니라 필요 기반의 보편적 복지 원리에 따라 필요가 큰 계층에게 적절한 지원을 함으로써 재정 지출의 경제 및 복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성장과 복지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프랑스보다 크게 불리하다. 먼저, 프랑스는 유럽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다음으로, 프랑스는 기축통화를 쓰고 국가 자원도 매우 풍부하다. 그래서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멈추면 바로 끝이다. 최악의 인구구조 위에서 앞으로 복지도 계속 확충해야 한다. 우리가 외줄타기의 거대 개혁을 서둘러 계속 추진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후배 세대가 갚아야 할 돈을 끌어다 쓰는 국가채무는 최소화하되, 반드시 역동적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와 안전망·사회서비스 중심의 보편적 복지를 확충하는 투자에 주로 지출해야 한다. 일회성 민생 회복 지원 지출은 지양해야 한다. 그럼에도 꼭 필요하다면, 무차별적 현금 지급이 아니라 재정 지출의 경제 및 복지 효과가 큰 ‘필요 충족의 보편적 복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