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검찰청이 설립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번 법안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기능을 나누는 게 골자다. 검찰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피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국민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세심한 실행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청 폐지는 검찰이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검찰은 그간 수사와 함께 기소·영장청구권을 독점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인권 침해로 이어졌다. 특히 ‘기소독점주의’와 ‘검사 동일체 원칙’은 검찰 내부 비리를 은폐하고, 정권에 유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극에 달했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을 추궁하는 의원들에게 되레 맞서는 검사들 태도는 검찰 개혁 시급성을 깨닫게 했다. 수사·기소권 분리는 검찰 개혁을 위한 필수 조처다. 새로운 기관 설립과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내년 9월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검사 2300명과 사무직 7800명 등 1만 명이 넘는 인력 배분은 난제다.

중수청 역량과 시스템이 미비할 경우 증거 수집과 사건 처리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 이럴땐 피해자 고통이 가중된다. 특히 강력범죄와 경제사범 수사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허점이 발생한다면 국민 불신이 커질 것이다. 수사 능력 부족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검찰청 폐지와 새로운 기관 설립 과정에서 법령과 규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을 때 수사 관할권 중복이나 책임 소재 불분명 문제가 불거진다. 경찰과 중수청 간 협조 체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수사 초기부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검찰 인력의 재배치 과정에서 직무 적합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중수청의 독립성 보장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청 폐지로 인한 고소·고발 절차의 모호성도 손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 둘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 개혁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어깨가 무겁다.

검찰청 폐지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당장 경찰 수사권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과 중수청을 거느린 행정안전부 권한 비대에 따른 견제 방안도 서둘러야 하겠다. 개혁 명분이 아무리 정당해도 국민이 겪는 불편과 피해를 방치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입법이 ‘정치적 승리’가 아닌 국민적 신뢰 회복 과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야당과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시행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을 점검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