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2005년 부산 회의 이후 20년 만에 우리나라가 의장국이다. APEC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2%,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 지역 협력체다. 부산 회의 때 기대감과 성과를 떠올리면 정부 및 경주 분위기를 짐작할 만하다.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 속에서 인공지능(AI), 인구구조 변화 등 세계적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푼다면 정치적 성과다.
이에 더해 ‘천년 고도’의 웅숭깊은 문화를 지구촌에 자랑하며 ‘K-컬처’를 더욱 빛낼 기회다. 그 가능성을 공식 엠블럼에서 찾을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나비와 함께 자리잡은 ‘얼굴무늬 수막새’다. 신라 1000년을 상징하는 ‘신라의 미소’이자 ‘천년의 미소’이다. 우리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뜻을 담았다. 7세기에 만들어진 지름 11.5㎝ 기와 조각은 ‘APEC의 얼굴’이 되고도 남을 만큼 품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분명 사람의 미소이나 보통 사람과 다른 느낌을 주는 미소는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한다. LG그룹 심벌마크 ‘미래의 얼굴’은 바로 이 미소에서 영감을 얻었다. LG그룹 뿌리는 1947년 1월 부산에서 창업한 락희화학공업사. 첫 국산 화장크림 ‘럭키크림(Lucky Cream)’ 성공은 럭키금성그룹으로 이어졌고, 1995년 LG그룹으로 일신했다.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의지가 세계 미래 젊음 인간 기술 등 다섯 가지로 확대 재생산됐다.
수막새 가치를 알고 지키려는 사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일제 강점기 경주 흥륜사(영묘사) 터에서 발굴된 이 수막새는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의 손에 들어갔고, 그가 귀국할 때 일본으로 옮겨졌다. 이를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되돌아오게 한 사람이 박일훈 전 관장이다. 1972년 10월 14일 박 전 관장의 설득으로 다나카 도시노부가 직접 경주박물관을 방문해 기증했다. 문화재청은 2018년 11월 이 수막새를 기와로는 처음 보물로 지정했다.
수막새는 연꽃무늬나 용 사자 기린 등 상서로운 동물 아니면 귀신 모양이다. 웃는 얼굴로 ‘잡귀야 물러가라’ 한다. 파격이자 해학이고, 그만큼 창조적이다. 세월을 뛰어넘는 천년의 미소는 우리 통념을 초월하는 매력을 여전히 뽐낸다. ‘K-컬처’의 원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추석 명절 때 만나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그 미소를 날려보자.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