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이 논란에 휩싸였다. 첨예한 쟁점인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와 대미 관세 협상 브리핑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강 대변인은 지난 15일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나오는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선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관한 대통령실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하지만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조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논평도 여진이 이어진다. 그는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상회담 이후 전개되는 한미 간 상황은 강 대변인 논평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요즘 온 국민이 한미 관세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달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100억 달러)의 80%가 넘는다.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면 ‘제2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대미 협상을 둘러싸고 난감함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안전장치 없이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한다면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맞먹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로이터통신), “내가 동의하면 탄핵당할 것”(미국 타임지)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대변인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해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일을 맡은 사람’을 뜻한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다. 국민은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의 의견’을 듣는다. 그를 통해 전달되는 입장이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그래서 대통령실 대변인 논평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고도의 정무적 판단도 요구된다.

논란의 과정을 보면 강 대변인의 논평은 사실 관계에 맞지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지도 못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출신인 강 대변인은 2005년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 3개 신문사 신춘문예에 동시에 당선되며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각각 영화와 문학 평론 분야에서다. 의원 시절 상임위 활동으로 접한 그의 언변은 논리적이고 힘이 있었다. 지금 그는 유망한 문학 평론가도, 야당 국회의원도 아니다. 유려한 말솜씨는 부차적이다. 냉정한 상황 판단과 절제가 필요한 건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