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가 촉발한 ‘디지털 대란’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닷새째인 30일에도 공공 행정망·서비스망 복구가 제대로 안돼 많은 시민이 일생생활에 큰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유사한 사태가 발생한 2023년 노후장비 관리 부실이나 복구시스템 미비가 지적됐으나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은 탓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처하는 디지털 정부의 국가 전산망 관리가 지나치게 허술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중단된 정부 전산망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3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민센터에 IC주민등록증,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등 일부 민원사무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0일 오전 10시 기준 장애가 발생한 647개 시스템 가운데 87개(13.4%)가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이중 1등급 업무는 36개 중 21개(58.3%)가 복구됐다. 정부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 우체국 우편·금융서비스를 우선 복구했다. 일상적으로 자주 활용하는 정부24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백 개의 공공 서비스망이 미복구 상태고, 화재로 전소된 국정자원 대전본원 5층의 행정 시스템을 대구센터로 이전해 재가동하는 작업에만 4주가 걸릴 전망이다.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8일 2주면 전소된 시스템 복구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다시 4주라고 하니 완전 정상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업무 중단에 따른 국민 불편과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구조적 부실과 안일한 대응이 낳은 참사다. 정부는 2022년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민간 플랫폼에 클라우드 다중화·백업체계를 의무화하며 강도 높은 재난 대비책을 요구했다. 정부 전산시스템이 화재나 지진 등으로 한꺼번에 소실될 경우 백업자료로 3시간 내 복구를 장담했다. 하지만 정작 국가 전산망 관리는 부실했다. 충남 공주에 백업센터를 짓고도 데이터백업만 해놓았을 뿐 이번과 같은 ‘셧다운’ 상황에서 즉시 서비스를 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더구나 2023년 비슷한 행정망 전산 장애를 겪고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당시 노후장비 관리 장애대응 사업비 등에 대한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실제 개선 작업이 없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말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한 뒤 지난 17일 대상 기관에 정식 통보했다.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원으로 추정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지난해 6월 정기 검사 결과 정상 판정을 받았으나 사용 연한 10년이 지나 교체 권고를 받았다. 이는 화재 가능성을 키운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이번 화재 사고 원인은 물론이고 국가전산망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배경을 규명해야 마땅하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재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 디지털 관련 인프라에 대한 예산 투입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전산망을 빨리 정상화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