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맞아서 걷지도, 숨도 쉬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난 7월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8월 숨진 채 발견된 우리나라 대학생 모습이다.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 사망 원인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상대 취업 사기와 감금 고문 등 범죄가 잇따르면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왜 그 먼나라에서 참변을 당했나.
“질 자신이 없었다. 내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도경동 선수 말이다. 금메달 13개로 역대 올림픽 최다 타이 기록을 세워 ‘파리의 기적’이라 불린 대회였다. 그 원동력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자신감이다.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평균 나이는 24세이다. 도 선수는 25세였다. 이처럼 대한민국 20대 모습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 나는 이유는 뭔가.
최근 Z세대 반정부 시위가 전 세계로 퍼졌다. 부패와 청년 실업, 불평등 문제에 맞서 많은 젊은이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이들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인도네시아 네팔 동티모르 필리핀 페루 파라과이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등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까지 확산했다. 고위층 부패와 부실한 공공 서비스 및 사회 인프라에 취업난 불만까지 겹쳤다. ‘네포키즈’라는 네팔 기득권층 자녀들의 일탈, 동티모르의 의원 연금 폐지, 마다가스카르 내각 해산 등 소식이 전해졌다. 깜깜한 미래와 불평등, 배고픔을 참고 견딜 젊은이는 없다.
‘파리의 기적’을 쓴 태극전사는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라는 자신감과 특혜 없는 공정 경쟁,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훈련 시스템 및 체계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스포츠계에 뿌리내리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로 퍼지기엔 아직 멀었다. 캄보디아로 간 젊은이를 두고 범죄 연루가 뻔한 곳에 제발로 간 것 아니냐고 말 할 수 없다. 외교 당국 영사 조력, 현지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 적절성과 함께 오죽했으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했을까 하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스스로 선진국에서 태어났다고 여기면서도 누구보다 치열한 경쟁과 양극화 불평등을 절감하는 대한민국 20대다. 이제 20대는 성인 연령대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마이너 세대다. 지난해 20대 인구는 630만2000명으로 192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70세 이상(654만3000명)보다 적어졌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