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딸 결혼식에 축의금을 전달한 기관 명단과 액수 일부가 휴대전화를 통해 드러났다. 최 위원장이 지난 26일 본회의장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관련 메시지를 보내다 언론사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민간기업, 공공기관, 정당 대표, 지상파 및 종편 방송사 명단과 함께 금액이 노출됐다. 20만 원, 30만 원부터 100만 원도 있었다. 최 위원장은 ‘900만 원은 입금 완료’ ‘30만 원은 김 실장에게 전달함’이라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사랑재에서 자녀 결혼식을 하고 피감기관에는 카드 결제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청첩장을 돌려 말썽을 일으킨 최 위원장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국정감사 기간 딸 결혼식으로 논란을 빚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축의금과 관련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고 있다. 대기업, 언론사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는 이 메시지는 최 위원장이 축의금을 돌려주는 과정 중 보좌진과 주고받은 내용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 제공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최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최민희 독재 OUT’ 팻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장관 인사청문회를 산회하는가 하면, 탈북민 출신 의원에게 혐오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국감에서는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를 문제 삼으며 증인으로 출석한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이 정도로도 국회 상임위원장으로서 처신의 부적절성이 도를 넘는데, 딸 결혼식과 축의금 파문은 차원을 뛰어넘는다. 국감 기간 결혼식 논란에는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못 챙겨봤다”는 변명으로 국민 염장을 지르더니, 축의금 논란에는 의원실을 통해 “보좌관에게 반환을 지시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자녀 결혼식과 축의금부터 국회 본회의장 행동이나 보좌관 사적 업무 동원에 이르기까지 공인 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최 위원장이 국회의원인 이상 축의금 사건은 그냥 넘길 수 없다. 청탁금지법상 국회의원은 축의금 5만 원, 화환 10만 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동일인에게 100만 원 초과액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다. 카메라에 잡힌 것만 따져도 100만 원짜리가 여러 개다. 감춰진 건 훨씬 많을 것이다. 최 위원장이 국회의원이나 과방위원장이 아니라면 줄 일도 받을 일도 없었을 돈이다. 대법원은 직무 관련 기관의 축의금은 개인적 친분이 없는 한 뇌물로 본다. 일각에서 청탁금지법에다 형법상 뇌물, 직권남용 소지까지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과방위 피감기관은 80곳이 넘는다. 이번 국감에서 과방위는 특히 여러 중요한 업무를 맡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통신사 해킹 사태가 과방위 소관이고, 우주항공청이 개청 이후 첫 국감 대상이 됐다. 최근 문제가 된 과학기술 인재 유출이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등 국가 미래에 관한 이슈들도 쌓여있다. 하지만 송곳 질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거의 없고 업무의 10%도 안 되는 방송 관련 다툼이나 위원장 개인 논란이 산을 이룬다. 국민의힘이 고발을 예고했기 때문에 진상 규명은 필연적이다. 최 위원장은 상임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축의금을 받은 피감기관 명단과 금액 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