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오랜 숙원이던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이를 ‘승인’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공급받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며 미국에 있는 한화의 필리조선소를 건조 장소로 지목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주권국 결정 사안이지만, 한국은 핵물질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는 원자력협정에 묶여 있는데다 미국의 기술 지원과 연료 공급이 필수여서 미국 정부 동의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국은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약 30년간 핵추진잠수함을 갖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이후 진척이 없었다. 핵추진잠수함에 들어가는 소형원자로는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핵 확산을 경계하는 미국이 원자로 개발과 우라늄 농축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지난 8월 1차 한미 정상회담 때 이 문제가 거론됐고, 이 대통령이 이번에 재차 요청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성공했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보유국이 되는데 마지막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다. 외신이 “영국과 호주에도 안 주던 극비 기술을 미국이 한국에 주기로 했다”며 놀랄 정도다.

핵추진잠수함은 핵심 방위 전력으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브라질 등 소수만 보유하고 있다. 호주는 최근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했고, 일본도 보유 추진을 공식화 했다. 북한은 지난 3월 건조 개시를 천명했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위협에 노출된 한국으로선 비례적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안 그래도 한·미·일에 대항해 협력을 강화하는 북·중·러를 더욱 자극해 동북아시아 핵군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31일 한중 정상회담 직전에 나온 미국의 이번 결정이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조심스럽다. 이 대통령이 전날 연료 공급을 요청하면서 “디젤 잠수함으로는 북한과 중국 잠수함 추격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 관해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이 “특정 국가를 지칭한 게 아니다”고 부연 설명을 내놓은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미국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최초의 한국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작업은 미국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인 ‘마스가’의 심화와 발전 가능성을 상징한다. 한미 안보동맹이 조선업을 매개로 한단계 더 진화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소형원자로 확보와 우라늄 농축이 가능해지더라도 실제 전력화에는 8~10년 소요될 전망이다. 후속 협의까지 조속히 마무리 지어 한국의 자주국방과 한미 동맹의 기틀을 다져야 할 것이다. 한미 안보 강화를 의심스럽게 바라볼 중국을 설득하는 일도 이재명식 실용외교가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