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말이 나온 김에 돌을 하나 던져보자. 이왕이면 요즘 뜬금없이 뜬 양자역학에 빗대보자. 누구처럼 문과생이라 공부를 좀 했다.
손에 돌멩이를 쥔다. 돌멩이는 형태가 분명하고 개수를 셀 수 있으며 위치가 확인된다. 이걸 ‘입자’라고 한다. 이제 돌멩이를 호수에 던진다. 떨어진 자리 주위로 동그란 물결이 인다. 물결은 한 지점을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사방으로 넓게 퍼지며, 일정하지 않다. 이걸 ‘파동’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입자와 파동은 완전히 다른 존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선 상식이 뒤집힌다. 소립자인 ‘전자’는 너무 작아 맨눈으로 볼 수 없지만 형태가 있는 입자다. 두 개의 좁은 틈이 있는 벽 뒤에 스크린을 세운다. 총으로 전자를 하나씩 무수히 쏘면, 벽의 틈을 통과한 후 스크린에 파동(물결) 무늬를 남긴다. 입자의 정체성을 잃은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이 놀라운 현상을 ‘관측’하려 카메라를 설치하자, 방금 파동인 척하던 전자는 다시 ‘정신 차리고’ 입자로 바뀌어 스크린에 물결 대신 점을 찍는다.
이에 따라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에선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이 작용하며, 관측에 따라 그 상태가 결정된다고 해석한다. 매우 어렵다. 좀 쉽게 설명해보자. 우리가 사는 세계에선 돌멩이를 던질 때 방향과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하면, 몇 초 뒤 떨어질 자리를 알 수 있다. 이는 결과가 정해진 고전역학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세계에선 돌멩이를 던질 때 지켜보느냐(관측) 마느냐에 따라 떨어지는 위치가 달라진다. 결과는 정해지지 않고, 확률로만 계산된다.
이처럼 상식을 깨는 ‘모호함’ 때문에 양자역학은 철학적 논쟁으로도 이어진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스티븐 호킹은 “신은 주사위를 던질 뿐만 아니라, 가끔 우리를 혼동시키려 안 보이는 곳으로 던진다”고 맞받았다. 쉽게 설명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어렵긴 하다.
최근 ‘돌’과 ‘양자역학’을 장삼이사의 입에 오르내리게 한 곳은 엉뚱하게도 국회다. 발단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다. 대기업과 언론사 등 피감 기관이 대거 불려 나오는 국정감사 기간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치러 논란이 시작됐다. 피감 기관에서 보낸 화환이 국회 사랑재 앞에 줄을 섰다고 한다. 신용카드 결제 기능이 있는 모바일 청첩장도 돌렸다. ‘이해충돌’ 지적이 나왔다. 양자역학이 등장한 건 이 시점이다. 최 의원은 국민의힘 측 공세에 “문과 출신인 제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거의 밤에 잠을 못 잘 지경이다. 집안일이나 딸의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고 했다.
결정적 순간은 며칠 후에 벌어졌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 의원 손에 들린 휴대전화가 언론사 카메라에 ‘관측’됐다. 이 관측 행위로, 휴대전화 화면에 불과했던 ‘입자’는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휴대전화 속 텔레그램 메시지엔 피감 기관과 기업 목록 옆에 ‘100만 원’ ‘20만 원’ ‘50만 원’ ‘30만 원’ ‘총 930만 원’ 등 금액이 적혔다. ‘900만 원은 입금 완료, 30만 원은 김 실장에게 전달함’이란 문구도 보였다. 최 의원은 “기관·기업에서 받은 축의금을 반환하도록 (보좌진에게) 지시한 내용”이라고 했다. 해명은 되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보좌진 사적 동원 논란을 포갰다.
입자는 또 한 번 파동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 글에 지금껏 최 의원처럼 ‘이해충돌 축의금’을 골라내 반환한 의원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고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돌이라는 ‘입자’를 꺼내 동료 의원을 감싸려 했지만, ‘파동’은 다수 국민의 분노로 번졌다. 매우 부적절했다.
국감 파행, 경찰 고발,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시민단체까지 가세한 사퇴 요구…. 최 의원의 사과와 여당의 뒤늦은 수습에도 양자역학 같은 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논쟁의 불씨만 파동처럼 확산한다.
양자역학을 들이민 해명과 “돌로 쳐라”는 편들기는 분명 국민의 민감한 감정을 건드렸다. 그래서 국민은 터무니없이 현실 세계와 미시 세계를 오가는 이 논란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관측’이 계속된다. 최 의원과 여당은 지금이라도 양자역학의 굴레를 벗어야 한다. 애초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도 ‘관측’이 시작된 이상 낙하지점을 수정할 기회는 아직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한다.
국회 안엔 한 명도 없을지 몰라도, ‘돌로 칠’ 국민은 쌔고 쌨다. 자격이 넘친다. 함부로 말할 일 아니다. 성난 국민이 정말로 돌을 던지면, 그 파동이 확산하는 걸 한낱 ‘여의도 권력’으론 막을 수 없다. 그게 여론이고 민심이다.
권혁범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