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기간제 교사 담임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다. 정교사 담임 담당률을 올리려 수당을 월 20만 원으로 인상했는데도 별 소용이 없다. 4년 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구·군 공무원들이 선거사무원 업무를 보이콧하려 했다. 일당이 13만 원이지만 그냥 쉬는 게 좋다는 공무원이 많다. 그렇다고 ‘워라밸’ 추구가 모든 직장인 공통 트렌드는 아니다. 돈을 더 받을 수만 있다면 휴일 연장 야간을 마다 않는 이도 꽤 된다. 현재 임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은 강하다.
한국은 노동시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865시간(2024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36시간)보다 130시간 많다. 하지만 근로시간 감소 속도 또한 빠른 게 최근 한국의 특징이다. 2014년 2075시간에서 10년 만에 210시간이나 짧아졌다. 여기서 더 줄이자는 게 주 4.5일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인은 점점 일을 안 하는 민족이 되어 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여러 직업을 가진 ‘N잡러’가 해마다 늘어 68만여 명이다. 한가지 일을 하는 시간은 줄었을지 몰라도 그것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안돼 다수를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달 말 시작된 새벽배송 금지 찬반 논쟁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새벽 0~5시’ 배송을 제한하자고 제안한 게 시작이다. 새벽배송에 길든 맞벌이 주부, 야간 택배기사를 실어 나르는 전세버스 업계 모두 부정적이지만, 가장 큰 반발 주체는 택배기사다. 쿠팡 택배노조 자체 설문에 93%가 금지를 반대했다. 엘리베이터, 교통 여건 등 새벽이 주간보다 편의성이 높을 뿐더러 무엇보다 단가가 세다. 민주노총이 근로자 건강 보호를 강조하나, 건강권보다 중요한 건 생존권이라는 게 택배기사 입장이다.
여당과 노동단체가 주장하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이런 고용 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이 많지 않다. 정부가 떠받치는 공기업, 이자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 벌이는 은행,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정도일 것이다. 특정 노동 형태나 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게 시대 흐름과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당한 대가 없는 연장 혹은 야간 근무는 당연히 감시와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기꺼이 하겠다는 새벽배송을 제3자가 막는 건 누굴 위한 개입인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듯, 근로 형태를 선택할 자유도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