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 달 반만에 60% 지지율을 회복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3%를 기록했다. 대구 경북을 뺀 전 지역에서, 20대와 7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60%를 웃돌았다. 중도층 지지율은 72%였다. 외교와 경제·민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효과로 보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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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 맞아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100일인 지난 9일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내놓은 설명이 ‘작위적’이다. 취임 100일 숫자에 맞춰 간담회를 여는 것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정 대표가 일관되게 해왔다니 하는 말이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작위적이며,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묻고 싶다.
두 사례엔 대한민국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두고 엇갈리는 평판이 깔렸다. 대한민국 상징인 ‘K’에 정치를 대입하면 이렇다. 국민 지지를 기둥으로 이 대통령이 우상향 기조라면 정 대표는 우하향인 모양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APEC 정상회의에 영혼을 갈아넣었다는 이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전달됐다고 볼 수 있다. 정 대표가 밀어붙인 ‘재판중지법’은 이런 분위기에 재를 뿌린 격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데 정 대표는 중도 확장보다는 개혁 속도전에 방점을 찍으며 이뤄진 일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역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영입한 인재를 컷오프하면서 부산에서 분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된 유동철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컷오프 없는 100% 완전 경선’을 공언한 정 대표가 책임지고 결자해지하라고 주장했다. 이 사안이 “정 대표의 약속 파기, 당원의 선택권 박탈, 민주주의 훼손 사건”이라는 취지다.
민주당 최고위는 지난달 27일 부산시당위원장 후보 4명 중 유 위원장 등 2명을 컷오프하고 나머지 2명을 상대로 경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같은 달 29일 “정 대표는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당원들의 선택권을 박탈했고, ‘이재명 영입 인재’이자 ‘기본사회 설계자’인 유동철 후보는 컷오프로 경선 기회조자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후보일 때 정책자문단으로 인연을 맺은 유 위원장은 지난 총선 땐 부산 수영구에 전략 공천됐다.
이른바 ‘명청(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갈등’의 두 가지 배경이다. 재판중지법은 대통령실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진화됐다.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재판중지법을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으로 불렀다. 정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한 이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APEC도 A급이고, 시정연설도 A급’이라며 이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한껏 몸을 낮춘 셈이다.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 선봉장 역할을 자처한 정 대표 입장에선 예기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60%를 웃도는 대통령 지지율과 달리 민주당 지지율은 40%대다. 그 20% 격차에서 상식과 합리적 판단에 무게중심을 두는 중도층의 정서를 읽어내야 한다. 당정 엇박자는 현실이고 명청 갈등은 수사다. 국회 최대 다수당이자 집권 여당 대표로선 둘 다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 대표 말대로 일을 하겠다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그러고 보면 명청 갈등 자체가 성립하나 싶다. 대통령 중심제가 확고한 한국에서 대통령직에 오른지 5개월 남짓에 60%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는 대통령이 국익과 실용을 내세우며 분투하는 가운데 여당 대표가 대립각을 세운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여권의 분열을 노린 선전전이라 보면 딱 알맞다.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사태의 늪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야당 아닌가.
사정이 이러니 ‘약속대련’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개혁은 당이 앞장 서고, 정책은 정부가 밀고 가며 박자를 맞춰가기도 급한 형편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내재화로 고통 받는 민생, 인공지능(AI)과 미중 패권 시대 한치 앞이 불안한 경제,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할 때 국정 책임자와 국정을 무한대로 지원하는 집권여당 대표가 한가하게 약속대련할 여유가 있나. 만약 그렇다면 진정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는 ‘치맥(치명적 맥락 오류) 증후군’에 빠진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치지 말라’고 했다. 정 대표가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매며 곱씹어야 할 것은 자기 정치가 아니라 민심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