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은 국가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근본이다. 국가는 군사력이 허약하면 외부 침략과 내부 분열에 휘둘려 단명했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사가 증명한다. 로마는 강한 군사력과 엄격한 조직 덕분에 수백 년 동안 유럽과 지중해를 지배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와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 역시 마찬가지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로마사논고’에 로마가 막강한 군사력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사력이 국가 권력의 토대임을 강조하며, 군사력 없이는 좋은 법률이나 정부조차 유지될 수 없다고 보았다. “모든 국가의 기초는 좋은 법률과 군대이다. 그러나 좋은 군대가 없으면 좋은 법률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자국민으로 구성된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용병이나 원군에게 의존하는 국가는 항상 위험에 노출된다. 결국 그 군주는 권력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군사력은 단순한 무력 이상 의미가 있다. 그것은 국가 독립과 주권을 지키는 필수 방패이며, 국민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는 근간이다.
대한민국은 냉전 이후 미국과 강력한 동맹으로 국방력을 유지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 협상으로 핵추진잠수함 국내 건조 승인을 받았다. 이는 국가 안보에서 자주국방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핵추진잠수함은 전략적 억제력과 첨단 군사력의 상징이다. 우리 군사력이 크게 도약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략자산을 독자 확보하는 길을 열었다는 뜻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미 간 ‘팩트 시트’에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미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를 허용하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이는 단순한 군사력 증진을 넘어 조선 산업과 방위 산업의 동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북한이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당장 반발한 것만 봐도 그 중대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핵추진잠수함 건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고도의 원자력 기술과 첨단 조선 역량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에 긍정적으로 합의했다. 우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원자력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안전 규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맞는 조선 인프라와 숙련된 인력 양성도 병행돼야 하겠다. 이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핵추진잠수함은 전략적 억제력의 성격을 지닌다. 인접 국가에 민감한 사안이다. 주변국 우려나 군비 경쟁 심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이유다.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하겠다. 한국의 독자적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한 한미원자력협정을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 비확산 체제와 조화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거대한 국방예산과 장기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국내 정치권과 합의도 거쳐야 할 과정이다. 국민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고 관련 법·행정적 절차를 체계화해야 마땅하다. 특히 안전 문제와 환경 영향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수함은 단순 건조에 그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도로 훈련된 승조원 양성, 운용 지휘 체계 구축, 그리고 전시작전권 반환과 연계한 독립 작전 수행 능력 배양을 병행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국가 지도자의 제일 과업은 군사이며, 좋은 군대 없이 국가는 유지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더해 그는 지도자가 국가 보존을 위해서라면 악평이나 비난도 두려워하지 말고, 국가가 안정되고 번영하기 위한 필요 수단을 적절히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 존립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며, 때로는 도덕이나 윤리보다 실용적이고 강력한 권력 행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통찰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군사를 게을리함으로써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은 군사력을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전시작전권 반환 논의는 이런 현실 인식 속에서 추진한다고 봐야 한다.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 없이 진정한 자주국방을 달성할 순 없는 일이다. 우리 군대가 전쟁을 직접 지휘하고 운영하는 능력은 국가 존립에 꼭 있어야 할 요소다. 그래서 이번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전시작전권 반환 추진 움직임은 자주국방과 주권 확보 측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이다.
역사는 ‘강력한 군사력이 국가 존립과 번영을 담보한다’는 교훈을 반복해 남겼다.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좋은 군대는 단순한 무력 집단이 아니라 자국민 신뢰와 충성, 군사적 기술이 결합된 통합체다. 평화가 지속하면 국방에 무뎌지게 마련이다. 우리 역시 국가 장래를 위해 강력하고 독자적인 군사력을 확보하는 길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최현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