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시 13분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4차 발사가 성공했다. 누리호는 고도 601.3㎞에서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분리했으며, 부탑재위성인 큐브위성 12기를 정해진 순서대로 분리해 궤도에 안착시킴으로써 임무를 완수했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오로라 관측과 우주자기장 측정 등을 통해 내비게이션·항공기 운항 등의 GPS 오차 보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12기의 큐브위성은 대기 구조를 3차원으로 관측하는 임무와 소형 전기추진기의 기동 성능 검증 등을 담당한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발사를 통해 한국은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입증했다. 누리호는 이번에 가장 많은 수의 위성과 가장 무거운 탑재 중량을 싣고 발사됐다. 중량이 무겁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이고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13기의 탑재위성을 사출하기 위해 비행시간도 길어졌으나 오차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 우주 기술의 신뢰성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발사는 한국우주항공연구원(항우연) 중심의 ‘올드 스페이스’ 구조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에 있는 항공우주 기업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부울경이 뉴 스페이스 시대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발사에는 300여 개 업체에서 37만 개의 부품을 공급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누리호 제작 주관을 맡았고 발사 운용에도 참여했다. 한화의 협력업체가 300곳이 넘는 것을 감안하며 부울경 기업 상당수가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 개발기관은 사천에 본사를 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누리호 발사 플랫폼은 울산에 본사를 둔 HD현대중공업이 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 기술로 구축된 발사대다. 창원에 있는 현대로템은 발사체 단별로 연소 성능 시험 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누리호 페어링은 스페이스프로(구 한국화이바)가 개발·제작했는데 본사는 밀양에 있다.

이번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민간이 제작과 조립을 주도한 것은 향후 상업 발사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핵심 역량을 입증했다는 의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차, 6차 발사 때에는 운용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상업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도 멀다. 발사체의 반복 발사 능력을 검증 받고 비용 절감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부울경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큐브위성 12기 중 하나의 본체를 개발한 나라스페이스는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뒀지만 최근 영업 환경과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첫 발을 내디딘 우주기업 유치와 성장 지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