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적 유튜버 조니 소말리는 민폐 콘텐츠 창작자로 악명높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의도적인 도발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서울 공공장소에서 난동을 부려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외설적 합성 영상 제작과 유포 혐의 등으로 국내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금전적 후원을 받으려는 데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출판부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분노 미끼(Rage bait)’를 선정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분노나 짜증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뜻한다. 해당 콘텐츠를 보는 사람을 짜증나게 하거나 화나게 해 조회수를 올린다. 이 용어는 2002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엔 추월을 요구하는 운전자를 두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했다. 이후 인터넷 공간의 ‘분노 유발 콘텐츠’를 비판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올해 들어 ‘분노 미끼’ 사용 빈도가 3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콘텐츠 운영 전략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감정과 반응 자체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메타 플랫폼의 지난해 연구 결과를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콘텐츠 공유율이 긍적적인 것보다 평균 32% 높았다. 우리 뇌가 부정적인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분노는 복잡한 문제 해결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각성 및 스트레스 호르몬이 활성화하면서 주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분노를 느끼면 흥분해 댓글을 달고, 관련 영상을 계속 클릭하며 후원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간 분노에 노출되면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분노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가장 강력한 분야가 정치다. 12·3 내란 사태를 통해 정치 유튜버들은 극단의 메시지가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모델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내란 사태에서 기승을 부린 가짜뉴스 발원지는 강성 정치 유튜버들이었다. 공포·적대감을 자극하는 분노 미끼 전략은 우리 정치·사회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옥스포드대 출판부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단어는 저질 온라인 콘텐츠에 노출돼 지적 능력이 떨어진 ‘뇌 썩음(Brain rot)’이었다. 뇌 썩음 상태에선 분노 미끼를 덥석 물게 된다. 분노 유발 콘텐츠에 휘둘리지 않도록 감정 조절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