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여야 정치권 인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피의자로 지난 11일 입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관련 기록을 이첩받아 23명 규모의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여야를 불문한 엄정한 수사 내용과 신속한 수사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찰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통일교 금품수수 연루 의혹 특검 제안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경찰이 권력형 비리 수사를 강단 있게 해나갈 수 있을지 판단할 가늠자다. 현역 정치인 다수를 상대로 특수 수사를 진행할 능력과 의지가 경찰에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과거에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때 정치권 눈치를 보며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흐지부지 무마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찰 인사권과 치안 사무 감독권을 쥐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윤호중 장관이 현역 민주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벌써 경찰 수사를 불신하며 ‘통일교 의혹 수사 특별검사(특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4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민중기 특검의 편파 수사에 대해 각각 특검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수사기관이 정권 눈치를 보느라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때 하는 것이다.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런 주장이 제기된 것 자체가 경찰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과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불신이 크다는 의미다. 경찰은 특검 요구의 본뜻을 명심하고 이번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핵심 키맨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12일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3차 재판에서 “제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지금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하고 전혀,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며 특검에서 한 발언을 부인하는 듯했다. 그는 전 전 장관에겐 2018~2019년 명품 시계와 현금 3000만 원을 줬고,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겐 2020년 총선 전 각각 3000만 원씩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3명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전 전 장관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지난 11일 해수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윤 전 본부장 진술 외에 구체적 물증이 없는 만큼 경찰이 신속한 수사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여야는 정치 공방을 벌이기보다 차분하게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이번 사건은 통일교가 여당 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공개하지 않아 특검 단계에서 편파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그만큼 경찰은 공정성을 최우선에 두고 객관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