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해양수도 부산’ 시대를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구 해양수산부 임시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연 데 이어 개청식에 참석했다. 이는 세계 2위 환적항만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행정(해수부)과 사법(해사법원) 금융(동남권투자공사 등) 기능을 집적해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연내 부산 이전’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직원들과 시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전재수 전 장관 사퇴로 공석이 된 후임 장관 인선에 대해 가급적 부산지역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혀 해수부의 부산 안착에 진정성을 보여줬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임시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수부 개청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부산은 북극항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며 북극항로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는 전세계 선박 물자 사람 자본이 몰려드는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부산을 중심으로 남부권 내륙은 광역산업단지로 변모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개청식에서는 정부의 북극항로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북극항로추진본부 출범식도 열렸다. 본부장을 포함해 3개과 31명 규모로 구성된 추진본부는 산업통산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10개 부처와 지자체 파견 인력도 참여한다. 추진본부는 앞으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 국제 협력, 지정학적 변수 대응, 항만·물류 인프라 연계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조율한다.

해수부 개청식으로 부산 시대는 열렸지만 정작 부처를 이끌 장관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장관의 빈자리가 길어질수록 해수부의 연착륙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지역사회의 기대가 큰 만큼 정부는 추진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속히 인선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부산 출신 인사를 후임 장관으로 언급한 배경에는 지역 사정과 해운·수산 업계에 정통한 장관을 뽑아야만 진정한 부산시대를 이끌 수 있다는 정무적인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전 전 장관의 낙마로 희석된 해수부 부산 시대의 상징성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업무보고와 개청식에서 이 대통령은 지역사회가 줄곧 요청해 온 해양수산비서관과 수산2차관 신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해양수도와 북극항로 어젠다 실행에는 장관과 함께 해양수산 정책 지원을 총괄하는 전담비서관 역할은 필수적이다. 현재 7개 경제부처 중 해수부만 유일하게 전담 비서관이 없다. 또 정부의 해양정책이 북극항로에 집중될 경우, 부산의 주요 산업인 수산 분야 발전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수산업계가 수산2차관 신설을 줄곧 요구한이유다. 이 대통령은 신속한 후임 장관 인선과 더불어 해양수산비서관과 수산2차관 신설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해수부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와 기능 확대로 연결된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결정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