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일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언론과 유튜버 등이 부당 이익을 목적으로 불법·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막아 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이어 하루 만에 또다시 위헌성 짙은 법안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두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은 입법 과정부터 졸속 그 자체였다. 민주당이 애초 추진한 법은 단순 허위 정보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었으나 언론과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자 해당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고의성 등 조건을 충족하도록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그러나 이를 넘겨받은 법제사법위원회가 원래 조항을 되살렸고, 이것이 위헌 시비에 다시 휘말리자 본회의 회부 직전 재수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이 법의 영향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언론사와 유튜버에게 미친다. 이렇게 파급력이 큰 법을 만들면서 차분한 숙의 없이 혼선에 혼선을 거듭한 것이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다고 하나 근본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강력 처벌하겠다는 허위 조작 정보의 정의부터 모호하다. 언론의 주된 감시 대상인 정치 행정 경제 권력의 청구권도 인정하고 있다. 보도 초기엔 허위처럼 보여도 결국엔 진실로 밝혀지는 사안이 많다. 그럼에도 권력과 자본을 가진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인이 일단 소송부터 걸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면 언론으로선 속수무책이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회피하려는 전략이 자칫 비판 보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법인 것이다. ‘슈퍼 입틀막 법’이라는 비난이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친여 성향의 진보단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고급 호텔 숙박권 수수 논란에 휩싸인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관련 의혹을 묻는 기자에게 “상처에 소금 뿌리냐”고 도리어 화를 냈다고 전해진다. 민주당의 왜곡된 언론관을 보여주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언론 개혁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입법 활동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반론 보도문 게재 방식을 더 구체화하는 동시에 사실 보도가 아닌 논평(사설 칼럼)에도 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피해자 행세를 하지만 ‘한동훈 룸살롱 설’ ‘조희대 한덕수 비밀회동 설’ 등에서 보듯 오히려 가짜뉴스 진원이었던 적이 많다. 권력자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이유는 뻔하다.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도 이것 때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