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와대 시대다. 국정 운영의 핵심 공간인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이전했다. 29일 0시 청와대에 봉황기가 게양됐다. 봉황기는 국가 수반의 상징이다. 대한민국 권력과 리더십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7개월여 만에 처음 청와대로 출근했다. 직전 용산 시대와 그 전 청와대 시대와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용산에 대통령실을 만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자멸했다. 그 전 청와대 주인들은 소통 단절의 ‘구중궁궐’ 지적을 받았다.
이 대통령 출근 복장에 눈길이 쏠렸다. 검은색 코트에 흰색 빨간색 파란색이 배색된 사선 줄무늬 넥타이 차림이었다. 지난 6월 4일 취임 선서식을 비롯해 중요한 자리마다 착용한 ‘통합’ 넥타이다. 청와대에서 취임 첫날 공언했던 ‘모두의 대통령’이란 초심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된다. 정치는 말이자 이미지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곱씹어야 하겠다. 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 소통을 강화하고자 여민관을 집무실로 사용한다. 여민은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나왔다.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중국 전국시대 패권을 잡고 싶은 양혜양을 준엄하게 꾸짖은 맹자의 훈계다. 전국시대는 전쟁을 밥 먹듯 하던 세상이다. 요즘 말로 하면 분열과 갈등, 너 죽고 나 살자는 세태다. ‘극단의 시대’라는 20세기를 지나 21세기는 초극단의 시대다. 여민관은 통합의 용광로여야 한다. 나의 마음을 왜 다른 사람이 몰라주나가 아니라 ‘다른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나’가 정치다.
춘추관은 출입기자실이다. 소통 통로다. ‘춘추(春秋)’는 맹자가 사숙한, 공자가 쓴 역사책이다. 공자는 ‘춘추’를 집필한 뒤 후세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춘추’ 덕분일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논어(論語)’로 공자를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앞서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기자들과 나누는 이 대통령 모습을 보고 싶다.
키워드는 소통과 국민이다. 성찰과 균형이 필요하다.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다. 양쪽 이야기를 듣고 하나로 아우르는 어젠다를 제시하라는 의미다. 세대·이념·지역·젠더 갈등과 불평등 해소의 균형점이 청와대에서 만들어지길 바란다. 성적표는 냉정하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