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임 윤석열 정부 실정을 파헤치기 위해 시작한 내란·해병·김건희 특검이 활동을 마쳤다. 해병 특검(11월 28일)과 내란 특검(12월 14일)에 이어 김건희 특검도 수사를 마무리 하고 29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민중기 특검은 “김 여사는 현대판 매관매직이라 부를 정도로 각종 인사와 공천에 폭넓게 개입했다.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무너졌다”고 총평했다.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 등 20명을 구속하고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3대 특검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145명(구속 24명, 불구속 121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1호 법안으로 2차 종합특검법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빌딩 브리핑실에서 열린 최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대 특검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정권의 난맥상에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일뿐 공적 직위가 없는데도 고가의 명품과 금품을 받고 공천 인사 등에 개입한 사실(명태균·건진법사 사건)이 밝혀졌다. 김 여사가 수수한 금품은 확인된 것만 4억여 원 어치다. 여사 관련 의혹은 윤석열 정부 내내 정권의 발목을 잡았고 이것이 결국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지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이르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은 이미 검찰이 한차례 무혐의 처분했으나 특검에서 결론이 뒤집혔다. 특검으로선 실적이고 검찰로선 수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검 활동이 성과나 공정성 면에서 결코 완전무결하지 않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본질적 혐의(내란 우두머리)에 대해 검찰이 기소까지 마친 상태에서 출범했기 때문에 뚜렷한 추가 결실을 맺기 힘들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격노’가 계기였던 해병 특검은 청구한 영장이 대부분 기각되는 바람에 ‘1명 구속’으로 활동을 마무리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김건희 특검이다. 3대 특검 구속 인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상당수가 김 여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별건 수사였던데다, 수사를 맡은 민중기 특검 자신이 수사 대상인 비상장 주식으로 차익을 거둔 의혹의 당사자가 됐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민주당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을 덮는 바람에 편파수사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지난 5~6개월간 3대 특검에 동원된 검사와 수사관은 620명이 넘는다. 3대 특검은 발의도 특검 임명도 사실상 민주당 뜻대로였다. 그렇게 만든 조직의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며 2차 종합특검을 하겠다는 게 민주당이다. 2차 종합특검의 대상은 ‘노상원 수첩’ 등 3대 특검에서 밝히지 못한 14개 혐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미 거의 훑고 지나간 것들이다. 종합특검을 다시 한다는 건 민주당이 임명한 특검의 무능에 대한 자인이거나 죄가 안 되는 사안에 대한 억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를 5년 내내 특검 정국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자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