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북극항로특별법 등 부산 울산 경남 발전을 위한 핵심법안의 연내 처리가 불발됐다. 여야는 30일 국회에서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부울경 주요 법안들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이들 법안 핵심은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다. 동남권 생존이 달린 민생 법안임에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여야는 30일 국회에서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연합뉴스

올해 부산의 주요 성과는 단연 해양수산부 이전이다. 이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함께 부산 성장을 이끌 신동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산이 실질적인 해양·물류 중심지가 되려면 더 많은 인프라 구축이 선결과제다. 법적·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부산시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국회 통과를 서두르는 이유다. 트라이포트(가덕도신공항·부산항·철도)가 될 부산을 국제물류·금융·규제자유 특별구역으로 지정, 전면적 규제 혁신과 특례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이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부산을 북극항로 전진기지로 육성하는 데 필수적인 북극항로특별법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달 부산을 찾아 특별법 연내 처리를 약속했음에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의 북극항로 개척을 강조했으나 정치권이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결과다.

해사법원 설립 법안 처리마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법안1소위에서 해사법원 사건관할과 관련해 부산은 영호남, 인천은 수도권 강원 충청을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다음 소위 일정이 잡히지 않아 언제 통과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연간 수천억 원의 분쟁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 해사법원 설립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지역 특화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동남권투자공사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50조 원 규모로 투자공사를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와 국회가 쟁점을 정리하고도 상임위 논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것이다. 투자공사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운영될지조차 불투명하다. 사정이 이러니 부울경 주민은 빈손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듯 아쉬움이 크다. 국회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부울경 발전법안 지연은 국회가 균형발전에 무관심하다는 반증이다. 국회는 말로만 지역소멸 해결을 외칠 것이 아니라, 관련 법과 제도로 지원 의지를 보여야 마땅하다. 부울경 지자체와 시민사회도 법안 통과를 위해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해야 할 것이다. 새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자칫하면 정국 상황에 따라 법안 처리가 미뤄질 우려가 크다. 국회는 이들 법안이 부울경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현안임을 명심하고 새해 초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