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등장한 드론은 전쟁의 판을 바꾼 ‘게임 체인저’로 조명받았다. 러시아에 비해 군사력이 열세로 평가받는 우크라이나가 4년간 전쟁을 끌어온 데는 드론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도 드론은 현대전의 패러다임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등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에 대항해 이란은 자폭 드론으로 반격하고 있는데 효과가 생각 외로 좋다. 이란은 대당 2만 달러(약 2900만 원)짜리 자폭 드론 ‘샤헤드-136’ 을 활용해 인근 걸프 국가의 정유 시설과 미군 기지를 공략하는 ‘물귀신 작전’을 편다. 이란의 자폭 드론 요격에 400만 달러(약 58억6000만 원)가 넘는 미국의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투입되는 ‘비대칭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드론을 활용해 장기전으로 끌고가려는 전략이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의 드론 기술은 상당히 고도화됐으며, 대량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최신형 ‘샤헤드-149’의 비행 거리는 최대 4000㎞, 탑재 가능한 탄약량이 최대 500㎏에 달한다고 이란 측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12일 전쟁’ 때도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섞어 발사하면서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도 첨단 무기가 탑재된 전폭기 외에 자폭 드론 ‘루카스’를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 이란의 비대칭 소모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드론이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2023년에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의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국방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가 ‘12·3 비상계엄에 드론사가 동원됐다’며 해체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현대전의 핵심 전력인 드론 전략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북한은 드론 전술을 비롯해 현대전을 경험했다. 드론의 위력을 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폭 드론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란처럼 수백대의 자폭 드론으로 도발을 감행한다면 현재 방공망으로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드론사 해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안보 문제다.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