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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4일 사상 처음 6,900선을 넘어서며 ‘7천피(코스피 7,000)’ 돌파를 코앞에 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반도체 관련 주식이 급상승한 결과다. 연합뉴스 |
4일 코스피 지수가 5% 넘게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6900선을 넘었다. 지난해 5월 2600선 전후의 박스권에 머물던 흐름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번 상승의 핵심 동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기업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노동조합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의 15%에 해당하는 약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직원 1인당 약 7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주주 배당금(약 11조 원)과 연구개발비(약 38조 원)를 모두 상회하는 규모다. 노조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성과 보상은 정당한 권리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과도한 요구는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는 식의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으며,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에게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 논란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삼성전자 이익은 협력업체, 인프라, 400만 명 이상의 소액주주와 연결된 구조인데 이를 내부 구성원끼리만 배분할 수 있는가”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투자와 장기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분야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은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투자자, 나아가 산업 생태계 전반과 연결돼 있다. 이 시점에 삼성전자 노조의 행보를 지켜보는 부산 시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성과급’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산업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번지는 사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은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소득 증가로 소비가 확대되는 반면, 건설·제조업 기반의 부산은 업황 부진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 침체와 일자리 축소라는 악순환을 낳고, 결국 청년층의 이탈을 가속한다. 실제로 부산 출생 인구 중 35세 이전에 고향을 떠나는 비율이 44.6%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삼성 같은 초일류 기업은커녕 혁신 중견기업조차 부족해 먹고 살기 위해 부산을 떠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2025년 하반기 기준 부산 취업자 중 상당수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 산업이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려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조성 계획을 지난해 말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부산 구미 광주를 연결해 반도체 산업을 전국 단위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도 일부 서울 언론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너도나도 반도체 공장을 끌어오겠다며 공약을 쏟아낸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게 아니라 집중화를 통해 더 많은 거위를 키워야한다고 주장한다.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조성 계획은 단순한 배분이 아니라 전력 용수 부지 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지방 분산’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 지역에 모든 기능을 집중하기보다 기능별로 나눠 배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TSMC가 타이난과 타이중에 생산 거점을 둔 이유도, 일본이 구마모토에 TSMC 첨단 파운드리를 유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부산은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설계할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현재 기장군 의과학산단을 중심으로 구축 중인 ‘파워반도체(전력반도체)’ 산업이 그 핵심이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필수재인 파워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에 못지않은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부산에는 이미 SK파워텍 같은 선도기업이 자리 잡았고 상용화센터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기술 국산화율을 높이고 관련 기업을 유인할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인력 양성 로드맵이 시급하다.
다음 달 3일 선출될 부산시장의 제1 과제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다. 해양수산부 이전과 함께 최근 HMM이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해운·물류 기업의 부산 이전을 요구하던 부산시민의 바람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파워반도체와 AI 산업 육성 역시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부산시장 후보들이 중견기업 유치 전략과 미래 신산업을 육성할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계획을 보여줄 때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