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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밥을 먹는 모습. 음식을 오래 씹어야 침 안의 아밀라제와 음식이 섞여 소화가 잘 된다.
출처=아이클릭아트 |
미식가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자로 ‘美食家 ’ 이다. 맛있는 음식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미식가라고 부른다.
이는 자격증이나 전문 지식이 깊이 없더라도 누구나 가능하기에 소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하나로 꼽힌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일)을 첫 번째로 꼽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식가의 첫 글자가 ‘味(맛 미)’가 아니고 ‘美(아름다울 미)’를 쓰는 것은 음식은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운 음식이 맛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유럽에서는 미식가를 프랑스어로 ‘구르메(gourmet)’라고 하는데, 본래는 포도주 감식가를 뜻했다고 한다. 독일 영어 스페인에는 고유어가 따로 없고 프랑스어인 ‘구르메’를 받아들여 자국 식으로 발음한다고 하니, ‘미식가’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우리나라는 맛과 음식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미식가를 얘기할 때 ‘미슐랭 가이드’가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회사 미슐랭이 매년 발간하는 식당 가이드로, 최근에는 미슐랭 스타 식당뿐만 아니라 ‘빕구르망(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기준)’도 내놓고 있으니 누구나 취미와 기호에 따라 미식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본업이 치과의사인 필자는 오래전부터 미식가로 활동했다. 방송국 PD의 제안으로 식당을 다니며 셰프와 직접 요리를 만들고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을 3년간 진행했다. 어쩌면 요즘 대세가 된 ‘먹방’의 시초였을지도 모른다. 당시만 해도 의사가 의료 방송이 아닌 일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매우 드문 시절이었지만 “모든 음식은 이로 씹어 먹어야 한다”는 PD의 말에 이끌려 열심히 ‘먹방’에 몰두했던 추억이 있다.
이런 아름답고 멋진 미식을 즐기다 보면 건강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데, 역설적으로 건강해야 식도락도 가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미식을 오래 즐길 방법으로 ‘오래 씹기’를 권하고 싶다.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을 두고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는데, 음식도 정말 빨리 먹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15~20회 씹기를 권해보면 오래 씹는 것이 필요한지 몰랐다는 반응이 상당수다.
입안에서 만들어지는 효소에는 지방분해효소와 살균작용효소도 있지만, 침 안에 들어있는 아밀라제가 탄수화물 분해효소로 기능한다. 아밀라제는 침 안에만 있고 위나 소장에는 없다. 따라서 탄수화물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으면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밀가루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는다는 분, 국수나 라면을 후루룩 마시다시피 하는 분 모두 제대로 씹지 않아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입안에서 오래 머물수록 침과 음식이 섞여 소화가 잘 된다. 오래 씹기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미식가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음식이 풍요로운 시대이다. 그러나 이가 좋지 않아 씹지 못하는 분도 많아졌다. 최근 어느 통계 자료에서 보니, 노년 삶의 질을 좌우하는 1위가 무릎관절, 2위는 눈 건강, 3위가 치아 건강이었다.
진료실에서 치아 건강이 나빠져 제대로 먹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환자를 자주 마주한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잘 씹는 자’와 ‘잘 씹지 못하는 자’로 구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식과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치아 건강을 미리, 잘 관리하는 현명한 미식가가 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