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이후 해운기업 에이치라인·SK해운이 잇따라 본사의 부산 이전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HMM의 부산 본사 이전이 공식 확정되면서 부산이 해양수도로서 자리잡기 위한 걸음이 가속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지역사회에서는 HMM 임시 사무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동구와 중구 등에 정비사업 물건이 사라지고 전월세 매물이 줄어드는 등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조짐마저 나타난다. 또 부산에 유일한 대기업 본사인 만큼 이제 자녀를 HMM에 입사시키겠다는 야심찬 자녀 계획을 세우는 목소리까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HMM은 이달 안으로 이전 등기 등 후속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안으로 대표이사 사무실을 부산으로 우선 이전하기로 했다. 또 부산항 북항 일대에 랜드마크급 새 사옥을 건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HMM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해운 활황 등의 영향으로 유보금만 10조 원에 달한다. 북항재개발사업지에 랜드마크급 사옥공사가 착공하게 되면 장기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벌써 장밋빛 전망에만 취해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 부산에 둥지를 틀었던 대기업 또는 그 유사한 수준의 기업이 타지로 옮겨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우선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현대중공업의 조선·엔진·전기전자사업부 AS사업이 분리돼 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사명으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설립됐다. 2021년부터 주요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이전 근무를 하더니 2025년 3월 본사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이전하고 기존 본사는 부산사업소로 변경했다. 600명에 달하던 부산 근무직원은 50명가량으로 줄어들었다. 70년 향토 물류기업 인터지스도 부산 중구 중앙동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지난해 서울 중구 을지로로 대규모 인력 이전을 추진했다. 부산 본사에는 애초 80여 명이 근무했으나 현재는 실무진 등 50명가량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의 가장 핵심 목적은 이윤 추구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과 달리 이윤 추구에 방해가 되거나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본사를 옮기고 인력을 재배치하고 사업을 재편하는 게 기업이다. 따라서 정부 및 지자체의 계획이나 의지로 본사 이전을 이끌어냈더라도 계속 부산에 있을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본사 이전을 위한 지원책이나 정착 유도책과는 성격이 달라야 한다. 기업이 몰려 든다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못 올 이유가 없다.
최근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수도권 기업 300여 곳이 응답한 부산상공회의소의 ‘수도권 기업의 부산지역 이전 및 투자에 관한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부산은 선호도에서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뒤졌지만 나머지 다른 지방보다는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47.5%)이 높았다. 하지만 수도권보다 열위 여건으로 ‘비즈니스 및 산업 생태계(50.2%)와 생활 인프라(44.9%)’라는 응답이 높아 연관 또는 유사 기업이나 산업 등을 묶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가장 실효성이 큰 혜택으로 ‘법인세율 지역별 차등 적용(62.8%)’을 꼽아 일회성보다는 지속적인 혜택이나 지원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결국 기업이 지역으로 이전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기업의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고 기존 직원들의 반발 및 이탈 가능성이 낮으며 신규 인재 채용에 어려움이 없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새 미국에 있는 테슬라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텍사스주로 몰려들고 있다. 낮은 세금 및 비용, 풍부한 인재, 강한 경제 여건, 지리적으로 중심인 위치, 친기업적 환경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의 해양수도 완성을 위해 HMM에 이어 각종 해수부 산하 기관, 해양수산기업 등 추가로 유치해야 할 곳이 많다. 기업이 원하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또는 조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정부든 지자체든 상관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부산에 다시 청년들이 대거 돌아오고, 지역 내 1인당 소득과 지역총생산이 늘어나고, 지역 경쟁력이 제고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조민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