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코리아의 시즌 굿즈와 프리퀀시 이벤트는 한때 유통업계의 ‘마케팅 교과서’로 불렸다. 연말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풍경을 만들었고, 서머 캐리백 이벤트 때는 앱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벤트 영향력이 커질수록 단순한 기획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 대한 감수성은 필수다. 최근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은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5·18 기념일과 맞물려 민감한 단어인 ‘탱크’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홍보 문구에서 과거 박종철 열사 고문 사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문장이 포함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의도성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5월 18일에 5·18을 폄훼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문구를 선정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2년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사이렌 머그잔’을 출시했다며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라고 했다. 사이렌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배를 난파시키는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 당일에 맞춰 해당 상품을 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사이렌은 1971년 스타벅스 창립 당시부터 로고로 사용된 상징물이다. 회사 측은 특정 날짜를 겨냥해 출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행정안전부, 보훈부 등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상품 불매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앙정부 부처들이 나서 스타벅스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듯한 행태는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이벤트가 단순한 실무진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5·18 등 민주화운동사를 폄훼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가려낸 뒤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비판 속에 5·18 유공자와 세월호 희생자 등을 비하하는 일부 세력들이 스타벅스 이벤트를 옹호하고 나섰다. 극우 성향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이번 사태가 이념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시대의 아픔을 건드리는 기업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원칙과 균형 사이에서 신중해야 한다. 26일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