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항우본기’에 전해지는 ‘선발제인(先發制人)’은 먼저 움직이는 자가 흐름을 주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변화의 국면에서는 한 발 앞선 실행이 곧 경쟁력이 된다. 글로벌 물류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는 지금, 부산은 그 선점의 기로에 서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함께, 정책과 산업의 중심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은 물류 경로의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의 흐름 자체가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 간 물류 경쟁의 기준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며, 부산에는 새로운 기회이자,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도전이다.
부산은 이미 해상 물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부산신항은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77%를 처리하며 대한민국 물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고,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환적 기준 세계 2위 항만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전 세계 100여 개국, 500여 개 항만과 연결된 네트워크는 부산을 단순한 항만을 넘어 세계를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기반은 향후 복합물류 체계로 확장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그러나 해상 중심의 물류 체계만으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물류의 속도와 부가가치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해상과 항공이 결합된 복합물류 체계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 AI 로봇 등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항공물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 물류 허브 역시 이러한 구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결국 물류 인프라는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에 가덕도신공항이 있다. 2035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이 완공되면, 부산 경남은 해상 물류의 안정성과 항공 물류의 신속성을 결합한 ‘Sea & Air 복합물류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능 확장을 넘어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고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 유치와 글로벌 기업 투자 결정에 있어 항공물류 인프라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가덕도신공항과 연계한 경제자유구역 확대 또한 중요한 전략적 축이다. 강서구 화전 송정 녹산 일원에 조성되는 트라이포트 글로벌 복합물류지구는 항만 공항 철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으로, 물류와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성장 기반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배후단지를 넘어 생산과 유통, 서비스가 통합되는 산업 생태계로의 확장을 의미하며, 기업의 입지 선택과 투자 유치에 있어 결정적인 경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가덕도 일원에 추진되는 공항복합도시는 항공물류와 첨단산업, 정주 기능이 결합된 자족형 도시 모델을 지향한다. 기업 활동과 생활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는 이 구조는 글로벌 기업 유치와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또 경남 거제 공항배후도시는 올해 초 거제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타당성 검토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사람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형 도시 구조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산 경남 울산으로 이어지는 동남권은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제조 산업이 집적된 국내 최대 산업벨트다. 여기에 복합물류 인프라가 결합되면 산업 간 시너지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생산과 물류, 유통과 서비스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는 순간, 부산 경남은 단순한 물류 거점을 넘어 글로벌 산업 플랫폼으로 도약하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구조는 연구개발, 생산, 유통이 하나로 이어지는 산업 가치사슬을 완성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이 선택하는 투자 거점으로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다.
특히 2040년 개항 예정인 진해신항까지 완성되면, 부산 경남은 항만 공항 철도가 결합된 트라이포트를 완성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생산과 물류, 유통과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산업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결국 부산과 경남의 미래는 ‘먼저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상에서 입증한 경쟁력을 항공으로 확장하고, 이를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 그 출발점이 바로 가덕도신공항이다. 가덕도신공항의 적기 완공은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조건이다.